은행권이 '369 게임'에 푹 빠졌다.
수신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예금상품 가입을 주저하고 있는 고객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3개월 단위로 중도해지를 할 수 있는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판매 실적도 좋아 비슷한 상품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지난 9월 초 출시한 '369 정기예금'은 두 달 만에 2조원 이상을 유치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상품은 고객이 1년제 정기예금에 가입한 후 매 3개월, 6개월, 9개월 단위로 중도해지를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시중금리가 떨어지면 만기까지 보유하고 시중금리가 오르면 3개월 마다 해지한 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신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이점이 매력적 이다. 중도해지를 하더라도 약정된 금리를 제공받게 돼 고객 입장에서는 손해볼 게 없다.
하나은행은 우연한 계기로 이 상품을 개발하게 됐다. 상품개발부 직원들이 엠티(MT)를 가서 '369 게임'을 하다가 게임 방식을 상품 개발에 활용키로 한 것.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리 변동성이 커 자금을 단기로 운용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예금상품 가입을 망설이는 고객에게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69 정기예금이 인기를 끌자 비슷한 형식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지난달 19일 출시한 '스텝업 예금'은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기존 정기예금과 달리 3개월마다 금리가 오른다. 예치 기간인 12개월을 3개월씩 4개 기간으로 나눠, 각 기간별로 약정된 금리를 제공한다.
9일 현재 기간별 금리는 연 3.0%, 3.4%, 5.4%, 7.0%로 만기까지 유지하면 일반 정기예금보다 높은 4.7% 가량의 이자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출시 3주 만에 1700억원, 5500좌의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이번 주 내로 '3개월 징검다리 정기예금'을 출시할 예정이다. 1년제 정기예금으로 3, 6, 9월에 중도해지를 해도 정상 이율을 주는 상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시중금리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혹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고민하고 있는 고객들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비슷한 상품이 계속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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