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명품시장에서 두번째로 꼽히는 큰 손으로 연간 65억 달러의 구매력을 자랑하고 있다. 유럽계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CS)는 최근 중국이 2020년 소비력 면에서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미국 언론들은 15일부터 나흘간 중국을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0년 전과는 전혀 다른 중국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레이샤오산(雷小山) 차이나마케팅리서치그룹 대표는 최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중국이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 될 수밖에 없는 요인 두 가지를 꼽았다.
◇낮아지는 저축률·확산되는 신용카드
첫 번째 요인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저축률이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소비보다는 저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중국인들이 수입의 40%를 저축하고 신용 구매를 꺼린다고 지적하고 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 장관도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저축률을 낮추라고 중국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레이는 중국인들이 저축을 선호한다는 편견은 오해라고 지적한다. 그는 50살 이상의 중국인들은 의료비 부담과 취약한 연금체제 탓에 수입의 50% 이상을 저축하지만 신세대들은 소비를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레이가 32살 이하 중국인 수천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저축률은 거의 제로(0)에 가까웠다. 그는 "금융위기가 한창인 가운데도 조사 대상의 80%가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며 "이들은 향후 6개월간 올 상반기보다 소비를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레이는 또 "중국 기성세대들이 저축에 열을 올리는 것도 과거의 삶이 궁핍했기 때문"이라며 "중국인들은 결코 문화적으로 저축을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신용구매를 꺼렸던 것도 금융시스템이 취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시스템이 선진화하고 신세대들이 주요 소비계층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에서도 신용카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 발급된 신용카드는 2005년 1300만장에서 지난해 1억8000만장으로 급증했다. 레이는 중국의 신용카드 발급 건수가 향후 3년간 2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영기업 위주로 짜여져 있던 중국의 금융시스템도 점차 소비자 지향형으로 변모하고 있어 신용구매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양성평등 실현 '한 자녀 정책'…'여심'을 잡아라
레이는 중국 정부의 '한 자녀 정책'도 중국의 소비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도시민들은 오히려 한 자녀 정책을 적극적으로 반기고 있다고 전했다. 양육비가 적게 드는 것은 물론 여성 직장인들이 가사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자녀 정책의 이점은 또 있다. 중국 정부가 아들 딸 가리지 않고 한 자녀만 허용하기 때문에 양성평등이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전통사회에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했던 여성들이 이제는 중국의 핵심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레이에 따르면 중국 가계 수입에서 여성들이 기여하는 몫은 1950년대 20%에서 최근 50%로 크게 늘었다.
그는 중국 여성들의 소비경향도 크게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중국 여성들은 과거 100 달러로 10가지 제품을 구입했지만 지금은 같은 비용으로 제품 가짓수를 줄이며 명품을 구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 수입의 절반을 벌어들이고 있는 여성들은 자동차나 TV 등을 구입할 때 막강한 구매 결정력을 행사하고 있기도 하다.
레이는 중국 여성들이 명품을 선호하는 것도 한 자녀 정책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한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애지중지하는 중국 도시 여성들은 미국인들 이상으로 중국산 제품의 안전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부유층 여성들은 육아용품을 사기 위해 홍콩이나 한국으로 원정쇼핑을 가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다.
레이는 "중국 여성들이 세계에서 가장 든든한 구매주체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며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남성 제품 마케팅 전략을 짤 때도 여심(女心)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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