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 최고 기업은?

미국 투자은행 골든만삭스의 연말 보너스 잔치를 앞두고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뒤늦게 미국 중소기업 1만곳에 향후 5년간 5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보너스 규모에 비하면 지원액수가 '새 발의 피'에 불과해 오히려 논란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월가 금융기업들이 여론의 뭇매를 감수하면서까지 고액 보너스에 집착하는 것은 치열한 인재전쟁 탓이 크다. 골드만삭스는 물론 다른 월가 투자은행들도 최근 몇년새 이어진 인재유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그러나 월가의 제살깎기식 인재영입 경쟁은 무리한 투자로 이어져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다. '인재경영'을 하기보다 인재를 기업 수익의 유일한 창출원으로 여긴 결과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최근 유능한 인재를 뽑아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인재경영 최고 기업 25곳(25 top companies for leaders)을 선정, 발표했다.

포춘은 인사컨설팅업체 휴잇어소시에이츠와 RBL그룹과 함께 전 세계 500개 이상의 기업을 상대로 인재 영입능력, 보유능력, 개발능력 등을 평가해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인재경영 최고 기업 1위에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IBM이 이름을 올렸다. IBM은 글로벌 기업답게 세계 전역에 40만명에 달하는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IBM은 이들 중 6만여명에 대한 자료를 따로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임원이거나 앞으로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직원들이다.

일반기업들이 일부 임직원에게만 해외 근무 기회를 주고 있는 것과 달리 IBM은 매년 수천명의 임직원이 3~6개월간 해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이동 과제(mobility assignment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IBM 교육개발센터를 이끌고 있는 테드 호프 부사장은 "IBM의 리더라면 누구나 해외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이동과제는 이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인재경영 최고 기업 2위로 꼽힌 기업은 세계 최대 생활용품 제조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 P&G는 입사 관문이 좁기로 유명하다. 이 회사가 매년 검토하는 입사지원서는 50만장이 넘는다. 그러나 실제 뽑는 인원은 이 중 1%가 채 안 된다. 그런 만큼 P&G가 영입한 인재에 들이는 투자는 상당하다. 13만5000명에 달하는 P&G 임직원 중 외부 영입 인사가 5% 미만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로라 매티모어 P&G 리더십개발 부문 이사는 P&G 임직원들이 오랫동안 근속할 수 있는 것은 사업 분야와 시장이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위에 오른 미국 식품기업 제너럴밀스의 오랜 인재경영 화두는 유능한 리더를 영감을 주는 리더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제너럴밀스는 이를 위해 전 임직원에게 개인개발계획(Individual Development Plan)을 짜도록 하고 있다. 매년 개인적인 목표 성과를 그려봄으로써 스스로에게 영감을 주도록 한 것이다.

이 회사의 또 다른 인재경영 화두는 화합이다. 특히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를 중요시해, 전 임직원의 82%가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케빈 와일드 제너럴밀스 최고교육책임자(CLO)는 "처음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브랜드를 이끌 수는 없지만 봉사활동 과정에서는 그 보다 훌륭한 리더십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인재경영 최고 기업 4위에 꼽힌 컨성팅기업 맥킨지는 '멘토십'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 안팎의 멘토들로부터 피드백을 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직원들의 능력계발을 돕고 있는 것이다. 도미닉 바튼 맥킨지 이사는 "업무 시간의 60%를 멘토로서 직원들에게 조언하는 데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5위에는 인도 ICIC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ICIC은행은 내부 인재 선발 체제가 강점으로 꼽혔다. 이 은행은 600명 규모의 내부 스카우트 전담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5000명의 후보자를 추린다. 이 가운데 다면평가에서 'A'나 'B' 등급을 받은 이들은 나흘간의 합숙 프로그램을 통해 리더로서의 소양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과정에는 램 차란과 같은 경영 전문가들의 강연도 포함돼 있다. 교육참가자들에게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도 보너스로 주어진다.

이밖에 10위권에는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6위), 미국 대표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7위), 그리스의 타이탄시멘트(8위), 중국의 차이나모바일커뮤니케이션(9위), 인도의 힌두스탄유니레버(10위) 등이 포함됐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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