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를 '기업중심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지 열흘도 안 돼 '과학컴플렉스'로 번복하면서 여타 지역은 물론, 경제·과학계 등이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정 총리가 뚜렷한 대안 없이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다가 곳곳에서 반발이 거세지자 즉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지역, 경제·과학계 "지금 장난하나"
정부가 최근 세종시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기업유치에 나서고 있는 여타 지역들은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집중적으로 공략 중인 수도권 기업 및 연구기관이 정부의 강력한 인센티브에 힘입어 동요하거나 세종시로 발길을 돌릴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세종시가 지방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제2의 수도권이 돼서는 안된다"며 "정부가 지방에서 육성하지 않는 산업을 세종시에 유치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세종시 계획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과학계조차 회의적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세종시 논란에 휩싸이는 데 대한 우려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25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정치적으로 결정되거나 이용될 경우, 결국 논의 자체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마저 우려된다"고 했다.
세종시 입주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언론에 추측성보도가 난무하자, 기업들도 난처해졌다.
한 기업관계자는 "무슨 자신감으로 총리가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정운찬 총리의 말바꾸기 행태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정부에 할말은 하겠다"던 정 총리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정부의 입맛대로 바뀌는 정 총리만 있을 뿐이다.
정 총리는 지난 16일 제1차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회의에서 "세종시는 사람이 모이고 돈과 기업이 몰려드는 경제허브로 만들어야 하고, 과학과 기술이 교육, 문화와 어우러져 상상이 현실로 이뤄지는 과학메카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나흘 뒤 "앞으로는 '기업중심도시'란 말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뒤 다시 "(세종시에) 과학 콤플렉스 도시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도자가 너무 거칠게 말을 하고, 수시로 정책이 바뀌는 정부가 아니라 품격 있는 정부를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말한 그와는 정반대되는 모습이다.
게다가 정부가 세종시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는 대신, 기존 행정부처 이전 계획은 전면 백지화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종시 논란은 점차 가중되고 있다.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은 "정부 부처가 내려 가지 않는 대신 더 큰 것을 주겠다는 그들의 말은 실현 불가능하기에 거짓말"이라며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이 악순환은 결국 대한민국의 위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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