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환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달러 급락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두바이월드 사태라는 돌발변수까지 출현하면서 외환시장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바이 사태로 달러가 반등에 나섰지만 장기적으로는 달러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근 3개월간 달러·원 환율 추이(출처:야후파이낸스) |
달러 약세가 가속화할 경우 금융위기 이후 회복을 모색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 또 다른 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바이사태 영향 제한적…달러 약세 지속
지난 2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0.2원 급등한 1175.5원으로 마감했다. 하루에 20원 이상 변동폭을 기록한 것은 지난 7월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엔·달러 환율은 86.57엔으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84.83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1995년 7월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다.
달러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며 1.4962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최근 3개월간 유로·달러 환율 추이(출처: 야후파이낸스) |
지난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주요 통화에 대해 반등을 시도하기도 했다.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사태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두바이 사태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저금리 정책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용일 싱가포르개발은행(DBS) 이사는 "두바이월드 사태로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같은 강세는 길지 않을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약세에 베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현정 씨티은행 팀장은 "다음주 초까지 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것"이라면서 "리스크를 축소시키려는 움직임과 함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강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달러 급등 전환시 제2의 위기 올 수도
두바이월드 사태는 단기적인 재료일 뿐 펀더멘털을 감안했을 때 달러 약세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조만 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장기적으로 달러 약세가 대세"라면서 "미국의 부실채권 정리와 재정적자를 감안할 때 달러가 강세를 보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달러가 약세를 지속하다 급등세로 전환할 경우 글로벌 자본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시기는 내년 후반 또는 내후년으로 미뤄지고 있다.
최근 1년간 금값 추이(출처: marketwatch) |
이에 따라 달러를 빌려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성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거나 달러 매수세가 늘어날 경우 여파가 만만치 않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캐리트레이드에 투입된 자금이 1조5000억~2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 거품론의 배경에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달러 강세는 곧 자본시장 거품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씨티은행의 유 팀장은 "두바이 사태로 지난해 리먼 사태에 이어 달러에 대한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면서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제2차 금융위기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유가 낙폭 만회…달러 약세로 안전자산 수요 늘 것
두바이 사태로 상품시장 역시 출렁이기는 했지만 주요 상품 가격의 장기적인 흐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2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배럴당 2.4% 하락한 76.05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는 장중 7% 넘게 급락하기도 했지만 장이 진행될 수록 낙폭을 만회했다.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투자자들이 공황에 빠졌지만 리먼 파산 때와 같은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달러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역시 10거래일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12월 인도분 금선물은 온스당 1.1% 하락한 1174.20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5% 이상 하락했지만 유가와 마찬가지로 낙폭은 상당부분 만회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주요 상품 가격 하락을 두바이 사태로 인한 일시적인 조정으로 평가하고 있다.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경우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매수세가 늘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중론이다.
인시그니아컨설턴트는 "두바이월드는 최근 2개월 동안 상품시장에 전해진 첫 악재"라면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섰을 뿐"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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