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두 외국계 은행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8월 지주사 전환에 성공한 후 '드림팩' 등 혁신적인 신상품을 내놓는 등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이달 중 리처드 힐 재무총괄부행장을 신임 행장으로 선임하고 내년에는 영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반면 한국씨티은행은 연내 지주사 전환이 무산된 데 이어 지난 3분기에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는 등 변화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지주사 설립 예정일을 내년 2월 26일로 연기했다. 당초 이달 30일 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이었으나 3개월 넘게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계열사 지분을 지주사로 모으는 과정에서 보완 자료를 요청한 상황"이라며 "연내 지주사를 설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씨티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한국씨티은행, 한국씨티그룹캐피탈, 씨티금융판매서비스, 씨티크레딧서비스 등 4개 자회사의 지분을 씨티뱅크오버시즈 인베스트먼트(COIC)로 옮겨야 한다.
현재 한국씨티은행의 지분 80.58%를 COIC가 보유하고 있으며, COIC 지분 100%를 미국 씨티은행법인(씨티뱅크 NA)가 갖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각 자회사의 지분을 COIC로 결집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 및 미국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내실 경영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3분기 397억원이라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지주사 전환 작업이 지연될수록 한국씨티은행의 입지도 좁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계 연구기관 관계자는 "지난 3분기 실적은 지방은행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며 "내년 은행권 인수합병(M&A)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없는 이상 한국씨티은행의 입지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SC제일은행은 지주사 전환 이후 공격적인 영업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점수를 400개 이상으로 대폭 확대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출상품까지 패키지로 묶은 '드림팩'을 선보이는 등 신규 고객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또 오는 17일 리처드 힐 재무총괄부행장을 신임 행장 및 지주사 회장으로 선임하고 내년 경영 전략 수립에 착수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나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도약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같은 외국계 은행이지만 올 한 해가 갖는 의미를 천양지차"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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