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오는 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다. 세계 75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에서는 2012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협약 마련을 위한 논의가 전개된다.
그러나 회의 시작 전부터 법적 구속력을 갖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코펜하겐 회의에 참석,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기로 하면서 논의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아직까지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비관론자들은 구체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치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견해차가 뚜렷해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른 한켠에는 기후변화가 초래할 위협에 대한 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크지만 현실성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진국 중 유럽은 비교적 적극적인 자세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산업 보호를 이유로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했던 미국은 여전히 내부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중국ㆍ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새 기후변화 협약의 체결을 사실상 내년 이후로 미루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시 미 행정부의 마이클 프로먼 국제경제담당 부보좌관은 "회의 시작 전까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온전한 형태의 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라는 얘기가 정상들 사이에서 있었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지난달 27일 "코펜하겐 회의의 성공이 가시화되고 있다"면서도 "코펜하겐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을 마련하기 위한 매우 실질적인 기초를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결보다는 타결을 위한 준비에 주력하겠다는 애기다.
그러나 큰 틀의 정치적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내년에도 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작은 이익을 위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 인류의 파국을 자초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의 주최국인 덴마크의 라르스 뤼케 라스무센 총리는 지난달 30일 "각국이 이번 코펜하겐 회의를 통해 정치적으로 구속력 있는 합의에 이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온실가스 감축안을 공개했다.
중국과 미국이 회의를 앞두고 미흡하지만 감축 목표치를 제시한 것도 고무적이다.
중국은 지난달 26일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단위 기준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45%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전체 배출량의 약 21% 정도를 차지한다.
지난 6월 미국의 하원 역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2005년 수준의 17%, 2050년까지 83% 감축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하는 것 역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1997년 교토 의정서가 채택될 당시에는 단 1개국 정상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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