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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회장 선임 파행...금융당국 vs. 회추위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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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2-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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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없어서일까. KB금융지주의 회장 선임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금융당국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마찰을 빚으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

KB금융은 회장 후보 인터뷰를 이틀 앞두고 후보 3명 중 2명이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회장 선임이 파행 국면을 맞았다.

KB금융 회장 선임은 현재 금융권을 둘러 싼 다각적인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 금융권 수장 인사에 대한 정치권의 외압설과 독주체제를 구축한 최고경영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견제, 여기에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논란까지 가세한 도가니 같은 양상이다.

2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KB금융의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이른바 '친강 라인'이 확대된 회추위는 연내 회장 선임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KB금융 회추위는 예정대로 회장 후보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담 이사회 의장은 "후보 2명의 사임에도 달라진 것은 없으며 후보가 1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예정대로 면접은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의장은 "두 후보의 사임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면서 "공식적으로 입후보 과정도 없었고 회추위가 회장 후보를 공표한 적도 없는 상황에서 후보 사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이유를 알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사임의사를 밝힌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모두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며 선임과정에서의 불공정성을 거론했다.

이철휘 사장은 공모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KB금융 회장직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는 등 언론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한 논란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 의장은 "KB금융 이사회 만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는 곳은 없다"면서 "시간이 촉박하다고 하는데 회장 선임 일정을 후보들한테 맞출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주 김병기, 이철휘 후보와 만난 적이 있다"면서 "당시 회장 선임을 위해 도와달라고 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금융당국 역시 KB금융 회장 선임에 대해 불편한 입장이다. 내년 3월 정기 주총을 앞두고 굳이 연내 회장 선임을 마무리하려는 것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정책당국의 최근 행보는 KB금융 사태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심기가 편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금융당국은 특히 강 행장 단독후보로 진행된다는 것 자체에 금융지주사 회장 선임에 대한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회장 선임 시기는 내년 초 정기 주총에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면서 "단독후보로 남은 상황에서 인터뷰에 응한다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을 뿐더러 현재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한 정당성을 얻을 수도 없을 것"라고 말했다.

일정 논란과 관련해 KB금융 이사회는 현재도 늦었다고 보고 있다. 회장 대행 체제로 3개월을 이끌어 온 상황에서 대행 체제로 내년을 맞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조 의장은 "현재 회장 선임 일정도 늦은 감이 있다"면서 "KB금융이 공기업도 아니고 201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린 회장 선임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기 전 사장과 이철휘 사장의 선임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된 것도 KB금융 회장 선임이 결국 파행을 맞은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 KB금융 지배구조에 대한 정책당국의 불편한 심기가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강 행장이 사외이사들의 지지를 확대하는 등 지나치게 힘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이 50%가 넘어 주인이 없다고 할 수 있는 KB금융에서 강 행장의 파워가 도를 넘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강 행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강 행장은 두 후보의 인터뷰 불참 소식이 전해진 1일부터 이틀 동안 휴대폰도 꺼둔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강 행장의 핵심 측근은 "현재로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면서 "관계자들 역시 행장과 통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KB금융 이사회의 권위는 추락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KB금융 이사회는 그동안 다른 금융지주사들에 비해 독립적이고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사외이사 중 상당 수가 이른바 '친강 라인'이라는 논란 속에 회장 후보 3명 중 2명이 회장 선임 과정에 의문을 제기한 것 자체가 KB금융 이사회는 물론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추위의 명성에 상처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최근 사외이사제 개편과 은행 경영진에 대한 사전 검사 논란과 맞물려 정계 차원에서 KB금융 이사회는 물론 경영진에 대한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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