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현대차 노조지부장 “대기업도 임금 동결, 우리만 인상 어려워”
장장 13시간의 산고 끝에 현대차 노사가 마련한 2009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가 23일 시작된다. 일부 강성 조합원과 현장조직이 반대 운동을 펴고 있지만 조합원들의 바닥민심은 이미 찬성 쪽으로 기울어 있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현대차 노사는 13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기본급 동결 ▲경영성과달성 성과금 300%(통상임금)+200만원 ▲경영실적증진 격려금 200만원 ▲2009단체교섭 관련 별도합의(무분규) 100만원+무상주 40주에 합의했다.
또 ▲고용보장 및 경쟁력향상을 위한 확약서 체결 ▲3자녀 학자금 전액 지원 ▲자녀 출생 특별 휴가 3일 등 경조 및 특별휴가 개정 ▲건강 진단시 췌장암, 난소암 검사 추가 등에도 합의점을 도출했다.
이로써 현대차는 지난 1994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바짝 다가서게 됐다. 아직 최종 관문이 남아있지만, 중도 실용 노선의 이경훈 후보를 선택한 노조원들의 현장 정서는 다툼보다는 실익을 얻는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를 통과할 수 있을지 아직은 안갯속이다. 타결을 반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 집행부를 흔들려는 시도도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많은 않은 것이다.
22일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에서 한 노조원이 노사 잠정합의안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읽고 있다./연합 |
또 하나 걸림돌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올해 임단협 가이드라인으로 기본급 4.9%를 제시했음에도 이를 어기고 동결한 부분이다. 금속노조는 GM대우차지부가 가이드라인을 어겼다며 임단협 결과를 승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금속노조 역시 국내 최대 조직인 현대차지부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강요하긴 힘들어 보인다. 이미 이경훈 지부장이 금속노조를 바꾸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 데다 조합원들의 지지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승인하지 않을 경우 금속노조 탈퇴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결국 역대 최고 수준인 1인당 1700만원 안팎의 인센티브를 받아낸 성과물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 일부 현장조직의 목소리가 잦아들면 금속노조 가이드라인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이 지부장은 22일 임단투 속보 호외를 통해 “전 집행부의 사퇴로 중단된 교섭을 받아 안고 진행된 교섭에서 제 모든 것을 걸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특히 임금인상은 조합원의 고정 임금 확보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임에도 현실적인 선에서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 포스코, 현대중공업, LG 등이 많은 순이익을 남겼음에도 하나같이 올해 임금을 동결했던 점은 결코 우리의 입장만을 가지고 쉽게 몰아갈 수 없는 부분이었다”며 “기본급에서 기 지급된 호봉승급분 이외에 추가로 쟁취하지 못한 부문에 대해서는 지부장으로서 오명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그러나 어느 사업장에 견주어도 부끄럽지 않은 성과를 쟁취했다”며 “아쉽지만 이제 지혜롭게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고 이 시점에서 마무리하지 않으면 올해를 넘길 수밖에 없다”며 4만5000여 조합원의 현명한 선택을 당부했다.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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