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현대증권 매각설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모기업인 현대그룹 주력사 경영악화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처지에 몰린 탓이다.
28일 한국거래소는 현대상선을 상대로 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날 주채권자인 외환은행 또한 현대상선을 재무약정 대상으로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대증권을 제외한 현대그룹 주력사가 대규모 순손실을 낸 탓으로 보인다. 2009 회계연도에 현대증권만 1814억원 순이익을 올렸을 뿐 현대그룹 핵심인 현대상선ㆍ현대엘리베이터는 각각 8065억원과 2091억원 순손실을 냈다.
결국 경영악화가 재무약정 체결로 이어지면 현대그룹은 자산을 매각하고 인원을 감축하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 방안을 채권단에 제시해야 한다.
특히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권 유지와 맞물린 현대건설 인수ㆍ합병(M&A) 문제로 시달려 온 점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실제 가뜩이나 어려운 현대상선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에 나서 자금 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현대상선 지분구조는 현대엘리베이터 외 21인 40.99%, 현대중공업 외 1인 25.95%, 현대건설 5.96%, KCC 외 1인 5.17%, 자사주펀드 1.87%로 이뤄져 있다. 아직까지는 현대중공업ㆍKCC가 3대 4 수준으로 현대그룹보다 적다.
그러나 6%에 맞먹는 지분을 가진 현대건설과 비우호 주주가 변수다. 매물로 나온 현대건설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현대상선 주인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현대증권 매각설이 다시 불거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대그룹 주력사 시가총액을 보면 현대상선 3조6000억원, 현대증권 2조3000억원, 현대엘리베이터 3500억원으로 해운과 증권사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현대건설 시가총액은 6조3000억원으로 현대그룹 주력 3사를 합친 것보다 많다. 현대건설을 인수해 현대그룹을 지켜야 한다면 제대로 값을 받을 만한 우량 계열사를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해 1조5000억원을 넘나들던 현대그룹 계열사간 초단기 금융상품 거래가 1조원 미만으로 줄어든 점도 자금여력 약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이 작년 업계 4위 성적을 내고도 임금 문제로 노사와 갈등을 빚는 것 역시 심각한 자금 사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대책은 증권사 매각 가능성을 배제한 채 현대그룹 차원에서 따로 세우고 있다"며 "일시적 경기침체나 업황 악화를 이유로 꾸준히 선전해 온 증권사를 내놓을 가능성은 전혀 없고 반복돼 온 매각설 또한 사실무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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