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100년 DNA 1-2] "개선(改善)만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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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12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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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주영 회장의 경영 철학①

   
 
 청년 사업가 정주영 모습. (출처=정주영박물관)

현대그룹과 창업주 정주영은 불굴의 의지의 대명사가 돼 있다. 무조건 될 때까지 한다는 어찌 보면 무식해 보일 만큼 투철한 ‘캔두이즘(CanDoism)’은 지금도 범 현대그룹을 아우르는 일종의 경영 철학으로 자리잡고 있다. 농사꾼 출신인 정주영 회장이 생전 ‘나는 돈 많은 노동자’라며 소탈함을 강조하던 것이 이를 부추겼다.

실제 그의 일생을 훑어 보면 무모하리만치 자신이 뛰어든 일이 무모하게 보일 만큼 전력투구했다. 하지만 그 결과를 보면 대부분 ‘성공’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과연 무조건 해서 될 일이었을까. 아니다. 그는 철두철미했고, 똑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었다. 바로 개선(改善)의 힘이다.

젊은 시절 네 번의 가출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첫 번째 가출에서는 둘이 당시 인절미 30개 값도 안 되는 47전만 들고 무작정 떠났다. 원산에 시계방에 취직한 친구가 있었지만 큰 도움이 안 됐다. 최종 목적지인 청진은 가 보지도 못하고 결국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목적지를 서울로 옮겼다. 청진은 걸어서 열흘이 넘게 걸렸지만, 서울은 나흘이면 됐기 때문이다. 나뭇단을 한 돈을 ‘삥땅’쳐서 쌈짓돈도 마련했다. 이도 금강산에서 한 신사 차림의 남자에게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물거품이 됐지만 말이다.

   
 
 1930년대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춘원 이광수의 소설 '흙'. 정주영은 젊은 시절 마을에 들어오는 동아일보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술회하곤 했다. 실제 그의 '가출 정보'는 대부분 기사를 통해 얻으 것이었다. (제공=정주영 박물관)

노잣돈 정도로는 안 된다는 교훈은 소 판돈 70원을 훔치는 대담한 세 번째 가출로 이어진다. 2개월 밖에 안 됐지만 이 때 공부한 지식은 나중에 복흥상회 주인의 신임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네 번째 가출에서 마침내 ‘땅 팔고 상경한 시골 사람의 코도 베 간다’는 서울에서 자리를 잡게 된다.

그는 매번 성공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았다. 이 역시 개선의 힘이다. 쌀가게 배달원이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자전거에 서툴렀던 그는 곧 쌀가마니 두 개를 질 수 있는 충무로 바닥의 유일한 배달원이 됐다.

이후로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굴지의 건설 사업을 맡을 때도, 해외 건설 사업에 처음 진출할 때도 그는 될 사업이니까 뛰어들었다. 정 회장의 일대기를 쓴 기업인 전문 작가 홍하상 씨는 “그는 돈이 있는 곳을 발견해 내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평하고 있다.

1960~1980년대 고속 성장을 거듭했던 시대에는 정 회장의 캔두이즘을 꿈꿨다. ‘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이 한강의 기적을 불렀다. 그리고 지금도 그의 활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지금도 정주영을 무조건 일만 하는 ‘무대뽀’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정주영은 매사에 신중했다. 결단이 과감했을 뿐.

   
 
 정주영(가운데, 당시 15세) 송전소학교 졸업 사진 모습. (출처=정주영박물관)
참고로 정주영은 소학교가 최종 학력이다. 하지만 6~9세에 ‘소학’ ‘대학’ ‘자치통감’을 다 뗐다. 현재 대학의 중국어과 학생도 더듬거리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항상 책이 있었다. 거기에 그의 경영 경험을 합하면 그의 학식은 결코 낮지만은 않다. 자서전을 보라. 그의 문장력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주경제 특별취재팀(김형욱·김병용·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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