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미경 기자) 14일 오전, 3일째 함께 어머니의 빈소를 지키던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박삼구·찬구 회장 형제가 고(故) 이순정 여사의 영정앞에서 두 손을 맞잡았다.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등을 돌린지 11개월만이다.
두 형제는 지난 12, 13일 이틀 간 고인이 된 어머니의 빈소에서 함께 조문객을 맞으면서도 서로 대화는 커녕 함께 마주보지도 않을 만큼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박찬구 회장은 형인 박삼구 명예회장을 가벼운 목례로 맞고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이어 박삼구 회장은 동생인 박찬구 회장의 손을 쓰다듬으며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이같은 광경은 지난 7월 이후 경영권 분쟁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두 형제간의 관계가 급진적인 화해모드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했다.
재계에서는 지난 1년여 간 금호가의 형제간 갈등을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호그룹은 이른바 '황금비율'을 가지고 사이좋게 형제경영을 유지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황금비율'은 금호석화 지분을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부장이 각각 10.1%씩을 보유했다.
이같은 형제간의 경영은 박찬구 회장 부자가 석유화학부문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형제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이어 지난해 7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석유화학부문 회장을 맡고 있는 박찬구 회장을 해임시키고 경영 동반퇴진을 발표했다. 박인천 선대회장 때부터 25년간 이어오던 금호그룹의 형제경영 전통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불명예 퇴진한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경영자로 다시금 복귀했지만 그룹의 일부가 채권단의 보호를 받게되면서 사실상 2개로 나뉘는 아픔을 겪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머니인 이순정 여사의 작고는 갈라졌던 두 형제를 다시금 화해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어쩌면 어머니를 떠나보내며 두 형제는 다시금 의기투합해 위기에 처한 그룹을 살려내겠다는 다짐을 했을 것이다.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이 이 광경을 지켜본다면 한마디 했을 것 같다.
"단돈 17만원으로 미국산 중고택시 두 대로 시작해 재계 8위의 그룹으로 성장시킨 형제 경영의 저력을 다시금 보여달라고"
esit917@ajnews.co.kr[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