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기준금리 인상 뒤바뀐 '목소리'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각자의 정책 목표와는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경제성장을 주도하기 때문에 재정 확장을, 한은은 물가안정을 설립 목적으로 삼기 때문에 유동성 조절을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정부가 과잉 유동성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한은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한은은 지난 1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국내외 경제가 비교적 빠른 안정세를 되찾고 있으며, 민간 자생력도 어느정도 회복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통화정책 방향에서 지난 14개월간 삽입됐던 '당분간'이란 문구를 빼 시장에 금리 인상에 대해 강한 시그널(신호)을 날렸다.

하지만 정작 통화정책은 현행 2.00%인 기준금리를 15개월 연속 동결키로 결정했다.

주요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남유럽 위기 등 대외 불안 요인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은은 지난 3월까지는 경기가 아직 불안하지만 금융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4월부터는 기준금리를 올릴 때가 됐지만 아직 경기가 불안해 못 올린다는 식으로 목소리가 바뀌었다.

3월 이전에는 못 올리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고, 4월부터는 안 올리고 있다는 뉘앙스가 풍긴다.

한은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정부측 의견과 상충된다.

지난 16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5.5%에서 5.9%로 상향 조정하며 '지금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빠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오석 KDI 원장은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며 "금리 변동은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실기하면 더 많이 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6일 홈페이지에 '자국 상황에 맞는 신뢰할 만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 발표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저금리로 빚어진 과잉 유동성 때문에 금융위기가 생겼는데, 다시 한번 저금리로 사태를 수습하고 있어 위기를 다시 잉태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정부가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으며, 한국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정부와 한은이 서로의 정책목표와 상반된 의견을 주장하며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 같은 견해차는 정부보다는 한은의 태도변화에서 비롯됐다. 

김 총재는 출구전략에 대해 줄곧 정부와의 공조를 강조해왔으나, 지난 4월 중순부터는 '정부공조' 대신 '국제공조'란 말을 주로 사용했다.

이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정부보다는 청와대의 입장을 먼저 반영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라디오연설에서 "유럽 각국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유럽 경제가 다소 안정됐지만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며 "경제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비상경제대책회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별보좌관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외 경제의 더블딥 우려는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출구전략은 미국 등 다수의 국가들이 쓸 때 따라가면 된다"며 "유동성이 좀 많은 상태가 너무 없는 상태보다 낫고, 너무 이른 것보다 너무 늦는 것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강 보좌관은 김 총재, 곽승준 국정기획수석과 함께 'MB 노믹스' 트로이카의 한 축을 맡았던 인물이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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