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김재환 기자) "인근 식료품점이나 잡화점은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에 빠찡코나 오락실이 들어서고 있어요. 상권이 죽었단 얘기죠." - 도쿄 우에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치마루 슌이치 씨.
"술집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어요. 장사가 워낙 안 돼 출혈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셈이죠. 최근 10년새 요즘처럼 힘든 적은 없었어요." - 도쿄 신오오쿠보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조현식(가명) 씨.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수요 감소로 인한 물가 하락)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물가가 내리고, 기업·자영업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디플레 현상은 중산층이 주로 이용하는 백화점부터 서민들이 찾는 재래시장까지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1시에 찾은 도쿄 시부야의 세이부 백화점.
지상 8층 2개 동으로 구성된 이 거대 백화점에 있는 전체 고객 수는 고작 20~30여명. 시부야 최대 백화점에 걸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히 총 8개층에 걸쳐 있는 여성복 매장에는 손님이 10여명도 안 됐고, 아예 손님이 없는 층도 있었다.
시부야 세이부 백화점은 이 같은 불황을 타파하고자 지난 2~3년전부터 상시 바겐세일을 진행 중이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도쿄 우에노에 위치한 마루이씨티 백화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 곳은 중저가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비교적 상황은 괜찮았지만 1층에 있는 고객 수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 곳도 '최대 반값'이라고 쓰인 푯말을 여기저기 붙인 채 할인 영업을 하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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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에 빠진 일본경제는 장기 소비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도쿄 우에노에 위치한 마루이씨티 백화점 1층 모습으로, 주말 낮 시간인 데도 매장은 무척 한산한 모습이다. |
이 백화점 한 직원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주말 낮 시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손님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며 "최근 10년간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된 적도 없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재래시장도 마찬가지로 상황이 어려웠다. 도쿄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우에노 '아메요코'는 1990년대까지만해도 우에노 3번가에서 4번가까지 상권을 늘리는 등 확장추세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확장은 커녕 상점들의 이탈이 연잇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이곳을 찾는 고객이나 관광객이 줄어든 데다 시장 수요에 비해 상가가 지나치게 밀집돼 있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공급 과잉이었던 셈이다.
상황이 이 같자 일본 소매 시장에서는 가격인하와 실용을 중시하는 소비행태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모든 주류와 안주류를 270엔 균일가에 판매하는 프렌차이즈 술집이 생겨나는가 하면, 30% 인하 딱지를 붙인 의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됐다. 모든 가정 용품과 식료품을 취급하는 할인숍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과거 다이아몬드·모피·장식품 등을 균일가에 팔던 100만엔 샵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긴자·아카사카·롯뽄기 등의 명품거리를 찾는 인적도 상당히 끊긴 모습이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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