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임대업 대출 고공행진… 손 놓고 있는 금융당국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미국발 금융위기의 시발점이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미국 금융기관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과도한 대출을 벌였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부실화됐던 사건이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미국의 전례와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침체에도 부동산·임대업 대출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으며, 중소기업들의 관련 사업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이를 통제해야 할 금융당국은 현재 소극적인 대처만 펼치고 있으며, 특히 1금융권 규제는 전무한 실정이라 '무풍지대'가 형성되고 있다.

17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예금취급기관이 취급한 부동산 및 임대업 관련 대출은 지난 3월 말 현재 총 106조38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0조2065억원에 비해 6.16%(6조1750억원) 증가했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말의 108조993억원에 비해서는 다소 감소했지만, 매해 5~10조원 가량 증가하며 상승기조를 지키고 있다.

건설업 대출이 3월 말 현재 61조8304억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 2008년 1분기 이후 2년 만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건설·부동산 경기침체에도 유독 부동산·임대업 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은행의 마땅한 대출 운용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여파로 중소기업 및 서민 대출을 벌이기 어려운 상황서,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까지 겹쳐 여신 운용이 어려워졌다. 이에 안전성과 수익성이 비교적 높은 부동산·임대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신규 대출이 기존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부동산·임대업에 새로 진출한 코스닥 기업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스·썬텍인포메이션시스템·폴켐·유니텍전자·디초콜릿이앤티에프·디엔에프·지앤알·에프티이앤이·에이제이에스·디에스케이·사이버다임·씨티씨바이오·다음·에이모션 등 다수의 코스닥 기업이 부동산 매매나 임대업에 진출하기 위해 정관을 바꿨다. 이들 중 상당수는 본사업 부진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소리바다미디어 등 일부 업체는 사업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부동산·임대업은 물론 녹색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기도 했다.

돈벌이가 잘 안 되는 기업들이 부동산 재테크에 열을 올리는 것을 금융권이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임대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지속되고 있지만 정작 시장 상황은 좋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산업동향에 따르면 가파른 경기회복에도 부동산·임대업만은 8.6% 하락하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도 지난 4월 70.5로 전월대비 1.2포인트 떨어지며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낮았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PF·건설업·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을 총 대출의 50% 이하로 규제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1금융권 대책에 대해서는 소홀한 실정이다. 관련 대출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 2007년 금융감독원이 10일 단위로 점검했던 게 전부다. 결국 시중은행에 부동산·임대업 대출의 '무풍지대'가 형성된 셈이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예금은행의 총 대출에서 건설관련 대출(건설업과 부동산 및 임대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의 10% 수준에서 2007년 이후 25% 내외까지 급등하는 등, 건설관련 대출이 방만하게 집행돼 온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예금은행이 취급한 부동산·임대업 대출은 83조5683억원으로 관련 대출 총액의 80% 가량을 차지한다. 예금은행의 총여신 967조7842억원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정부가 묵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내년부터 간이과세가 폐지되는 만큼 세수확대를 위해 이들 사업의 팽창을 방치한다는 것이다.

또 임대업자에 대출을 풀어줘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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