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표류하면서 이 일대 부동산 거래가 실종된 가운데 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용산 파크타워 전경. |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6번출구로 나와 삼각지 방향으로 부동산 중개업소가 밀집돼 있다. 14일 오전 11시 이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는 너나 할 것 없이 거의 일손을 놓고 있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역세권) 개발 사업마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거래는 물론 문의전화 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간간히 걸려오는 전화도 "앞으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 것 같으냐"는 질문정도이지 실제 거래와는 무관한 내용이 대다수다.
◆ "한숨만 나와요"
G공인 대표는 "역세권 개발 얘기가 나온지 3년이 됐지만 진행된 내용은 하나도 없고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며 "한 동안 꿈에 부풀어 있던 용산이 요즘은 한 숨만 나오는 곳이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보도를 보면 사업 참여 업체들이 서로 책임만 미루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며 "코레일이나 삼성물산 등 출자사들이 조금씩 양보하고 서부이촌동 통합개발을 주도한 서울시도 책임감을 가지고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촌동에 사는 김모(47·여)씨는 "2007년 8월부터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있는데 이제와서 개발을 하지 않는다면 막대한 손해는 누가 감당해 주느냐"며 "처음에는 개발을 반대하던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오히려 지금은 '빨리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순히 용산사태만을 두고 용적률 상향 만으로 사업을 재개시킨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전체 120조원에 달하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 전체를 두고 '규제완화' 등의 내용이 담긴 종합적인 대책이 나와야만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거래 올스톱...가격도 약세
용산 일대 부동산 거래는 중개업소 관계자들이 "씨가 말랐다"고 표현할 정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촌동 S공인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십통씩 집주인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지만 용산 개발 난항 여파로 집값 하락세는 이미 한남동과 일대 신규 아파트로까지 번진 상황이어서 기다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용산구 한강로1가 용산 파크자이 125㎡는 9억5000만원, 155㎡는 12억원에 최근 급매로 나왔다. 올 초 시세 보다 1억~3억원 정도 주저 앉은 가격이라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때 지분 쪼개기가 성행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삼각지역(한강로1가)과 서계동 일대 재개발 지분값은 거래가 뜸해 시세를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서계동의 33㎡ 다세대주택 지분은 3.3㎡당 4000만선 안팎에 매물이 나와있다. 하지만 거래는 역시 전혀 없다. 이 일대 지분값은 2~3년 전만 하더라도 5000만원을 웃돌았던 곳이다.
삼각지역 인근 33㎡ 미만 지분값은 3.3㎡당 7000만~9000만원선. 거래가 없다보니 호가 차이가 크다.
인근 한남뉴타운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남5구역 33㎡ 빌라는 3.3㎡당 6300만~6500만원, 99㎡ 이상 대형 지분은 2500만~2700만원선에 나와 있다. 하지만 이 가격으로는 매매가 어렵다는 것이 중개업소 관계자의 귀뜸이다.
한남동 H공인 관계자는 "주택경기 침체로 거래가 뜸한 데다 최근 용산역세권 개발이 암초에 걸리면서 하락세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오름세가 컸던 오피스텔도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한강로2가 벽산 메가트리움 59㎡는 현재 2억2000만~2억3000만원선. 역세권 개발 무산 위기가 알려지면서 1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인근 디오빌의 같은 평형도 1000만원 가량 하락한 가격에 매물이 나와있다. 59㎡가 2억4000만원.
하지만 고급주상복합아파트인 파크타워와 시티파크는 상대적으로 가격 변화가 없다. 일부 극소수 급매물이 시세에 비해 싸게 나와 있지만 전반적으로 연초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G공인 대표는 "입지가 워낙 뛰어나고 상대적으로 자산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 '외풍'의 영향을 덜 받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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