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미호 기자)길고 지루한 시간이었다. ‘환경과 개발’이라는 극단의 기로에서 갈피를 못잡던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이하 새만금)이 지난해 4월, 무려 18년 만에 ‘첫 삽’을 떴다.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개통한 새만금방조제도 관광객을 끌며 인기몰이를 했다. 그로부터 1년반, 2008년 5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때를 기준으로 하면 2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났다. 6개 경제자유구역 가운데 가장 늦게 출발했지만 새만금은 눈에띄게 달라졌다. 특히 지난 8월 주요 태양광기업인 OCI와 10조원 규모의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하면서 더 큰 발걷음을 내딨었다.
또 지난달에는 ‘바다의 KTX’로 통하는 위그선 협동화단지를 조성키로 하면서 새만금은 더 큰 꿈을 향해 날개짓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중국 시대를 맞이하면서 새만금의 역할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새만금의 미래를 만들어갈 이명노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장이 있다. 아주경제가 지난 10일 전라북도 도청에서 그를 직접 만나 앞으로의 전략과 새만금의 미래 모습에 대해 그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지난 8월에는 OCI를 끌어들인데 이어 최근에는 위그선 협동화단지 조성에 성공했다.
-조선해양, 신재생, 자동차부품과 같은 타깃기업을 유치해 이른바 ‘앵커기업(연관산업)’이 따라오도록 하는게 우리 목표다. 당장 단기적으로 어떤 산업이든 유치하는 것은 지양한다.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접근해 연관산업을 끌어오는 것을 추구한다. 특히 이번 OCI 유치가 이러한 전략이 잘 맞아떨어진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구역과 차별화한 새만금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투자환경 측면에서 다른 구역보다 유리한점이 있다. 무소유, 무규제, 무민원 상태의 광활하고 저렴한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넓은 땅을 어떻게 100년간 무상으로 장기임대할 수 있겠는가. 또 새만금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특별법 등 기업들이 활동하기에 최고의 제도적 기반도 갖추고 있다. 군산항과 신항만, 군산공항등 좋은 인프라고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는 2014년까지 호남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서울과의 거리도 단축될 전망이다.
△관광분야도 주목받고 있다.
-새만금의 기본방향은 원래 첨단산업과 자연이 어우러진 녹색성장형 미래 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여기에 생태와 체험, 문화가 복합된 해양 관광단지를 건설하는게 궁극적인 목표다. 산업과 관광이라는 커다란 양대 축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구역과 차별화되고 있다. 새만금관광단지내 호텔, 콘도, 테마파크, 기업연수촌 등이 들어설 게이트웨이와 천혜의 자연경관을 누릴 수 있는 고군산군도지구를 중심으로 고품격 생태도시를 만들어나가겠다.
△‘한국형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형 경제자유구역’은 새만금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중국 경제가 급부상하면서 환황해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새만금은 지리적으로 대중국 게이트웨이(Gateway)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크게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있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버퍼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는게 새만금이다. 외국 기업의 입장에서 중국에 들어가기엔 여전히 정치적, 법적 규제가 많고 일본에 들어가기엔 물가와 인건비가 너무 비싸 부담을 느낀다. 따라서 한국은 양국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중국 게이트웨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얼마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체결됐다. 유럽연합(EU)와도 발효만을 남기고 있고 이어 조만간 언제 중국과 협정을 맺을지 모른다. 보통 FTA가 되면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을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우리가 중국과 협정을 맺으면 중국기업이 물류체계를 우리나라로 옮겨와서 완제품을 만들고 미국이나 유럽에 판매할 수도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가치를 얻을 수 있기때문에 이런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중국기업의 국내 유치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소개해달라.
-오는 12월 중국 천진 비나이지역을 실제로 방문해 상호협력관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청도에서는 30~40개 기업에 투자유치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고 베이징에서는 중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등 대대적으로 홍보할 방침이다. 특히 중국 복단대를 직접 방문해 우리나라에 분교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서해안 지역 중국 유학생이 2만명 정도 된다고 들었다. 전라북도만 해도 4000명의 중국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이는 여건만 조성된다면 더 많은 중국 학생들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교육사업을 통해 중국과 교류를 강화하고 문화 협력도 할 예정이다.
△중국에 현재 5만개의 국내기업이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기업을 다시 국내로 되돌리게 할 순 없을까.
-중국은 저임금이라는 메리트가 있지만 한중 FTA가 체결되면 한계기업들의 한계는 더 낮아져,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로 돌아올 수 있다. 따라서 각 구역에서 저임금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지금 국내기업 유치조건이 외국기업과 다르다는 점이 도마에 올라있다. 국내기업에도 인센티브를 줘서 같은 수준의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기업 유치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외국기업 유치실적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해외에 나가서 투자유치 관련 홍보를 하다보면 외국기업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있다. 바로 삼성이나 현대같은 국내 대기업의 유치 여부다. 따라서 국내기업 유치와 외국기업 유치에 차별을 둬서는 안된다고 본다. 국민들의 인식개선도 따라줘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에 해외에서 큰 프로젝트등을 수주해 돈을 버는 것은 ‘국가적 과업’으로 생각하지만, 막상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돈을 벌고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안좋게 보는 경향이 있다. 이를 위해 외국기업이 일정수준의 이익을 벌면 다시 국내에 재투자 하도록 하는 방안을 입법 추진하고 있긴 하지만 인식개선도 전제가 돼야 한다.
△그간 경제자유구역청은 무분별한 수익성 추구, 장기간 개발지연, 개발사업 중복 등 지정요건과 관련해 많은 문제점들이 거론돼왔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보는데.
-전통적인 도시개발 방식을 탈피하고 개발방식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자체도 글로벌 수준으로 가져가야 하는게 맞다. 따라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창출되고 또 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개발이 실행되는 단계부터 수요자와 투자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가고 다양한 의견을 합리적인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다.
△지난 9월에 취임했는데.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기반시설을 지원하고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투자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첫번째 과제다. 새만금산업단지는 조선해양, 풍력,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투자 유치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새만금관광단지의 게이트웨이 매립공사를 내년 9월까지 완료하고 하반기에 단지조성에 착수할 방침이다. 그 다음 단계로 골프리조트지구의 민간투자자 공모를 연내에 착수해 내년 상반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고군산군도지구는 방조제와 직접 연결되는 신시도부터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등 단계적으로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고군산 마리나항만 개발을 위해 연말까지 투자자 모집에도 나선다.
대담=송계신 정치경제부국장
정리=이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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