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보즈워스의 등장을 두고 천안함 사태에 이어 연평도 포격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내 일부 인사들의 움직임을 대변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한중일 순방에 뒤이어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도 3국을 방문하는 것은 협상과 대북 압박을 병행하는 이른바 투 트랙 전술을 과시하려는 워싱턴 수뇌부의 의중을 시사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당국자들은 ‘낙관적 기대감’을 차단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정부 고위당국자는 “미국과 중국이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하기는 현재 미국의 태도로 볼때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보즈워스 대표의 방한도 긴박하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현재의 상황이 뚜렷한 방향성이 정해진 것이 아니며 6자회담의 재개 흐름의 속도는 결국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서울에서 6자회담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한국 정부의 뜻을 확인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현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미국은 중국과의 협의 결과를 토대로 남북관계의 진전을 전제로 6자회담이든 미북 직접대화든 협상을 전개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일 한국 정부가 북한의‘진정성’을 강조하며 현 상황에서 북한과의 협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개진할 경우 미국은 고민스런 입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입장’을 참고만 하고 어떤 형태로든 협상을 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상황을 지켜볼 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워싱턴의 기류가 복합적인 만큼 전격적인 국면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당국자가 언급한 대로 ‘극적인 전환점’이 현실화될 상황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한국을 거쳐온 스티븐스 대표를 만날 중국이 또다시 강력한 협상의지를 견지할 경우, 또 북한이 대화공세의 수위를 한층 높여나갈 경우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상존한다.
게다가 미국 내부에서 지난해 북한의 우라늄농축 시설 공개에 따라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전술 대신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렇게보면 리처드슨의 방북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택이 향후 국면의 방향을 결정짓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즈워스 대표나 게이츠 국방장관의 3국 순방결과는 오바마의 선택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것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오는 5일로 예정된 보즈워스 대표와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만남에서는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놓고 심도있는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6자회담 재개조건과 더불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서도 의견교환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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