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금융 중심지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온 두바이는 2009년 11월 지급불능 위기에 몰렸다가 UAE 내 다른 에미리트(토후국)인 아부다비의 100억 달러 긴급자금 지원으로 간신히 살아났다.
이 사태를 계기로 하룻밤 사이에 ‘중동의 성장거점’에서 ‘사막의 신기루’로 이미지 추락을 겪어야만 했던 두바이가 최근 회생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바이가 발행한 등급 없는 채권이 전량 소화되는 등 외부 투자자들의 눈길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4일 개장 1주년을 맞은 세계 최고층건물 부르즈칼리파(828m)의 지지부진한 사무실․아파트 입주율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가 아직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연면적이 잠실종합운동장의 56배인 부르즈칼리파의 상당 공간은 여전히 텅 비어 있는 상태라고 외신은 전한다.
이처럼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지만 실물 쪽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관광객들이 다시 몰리고 있으며, 대(對) 중국․인도 교역을 중심으로 무역도 늘고 있다. 두바이 민간부문을 전적으로 운영하다시피 하는 현지 거주 외국인들은 “누가 뭐래도 중동에서 두바이가 가장 생활하고 근무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 두바이가 넘어야 할 산은 높다. 무엇보다 상환기일이 돌아오는 빚을 갚아야 한다. 2010년 두바이는 빚을 변제하지 않고 재조정했다. 2011년 두바이의 국영 및 준국영 기관들은 부채 원금 180억 달러를 갚아야 한다. 2009년에는 아부다비에게 도움을 받았지만 현재 아부다비는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국가채무 분석가 트리스탄 쿠퍼는 “두바이가 원금을 갚자면 결국 자산을 매각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이어서 매물로 내놓더라도 쉽게 팔리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두바이의 부채가 정확히 얼마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두바이의 부채 총액은 수백 개 국영기업에 분산돼 있으며, 분권화가 철저해 중앙집중식 통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 수백개 국영기업을 통제하는 국유투자기업은 두바이월드(DW), 두바이투자공사(ICD), 두바이지주회사(DH) 세 곳이다.
DW는 지난해 10월 채무자들과 250억 달러의 채무 재조정에 합의했다. 이 채무조정 작업을 지켜보면서 두바이처럼 사회기반시설에 과도하게 투자한 여타 신흥국 관리들은 국가재정관리를 좀 더 “중앙집중식으로” 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DW는 향후 8년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카지노를 포함해 국내외 자산을 팔아 194억 달러를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DW 자산을 싸잡아 110억 달러로 평가하고 있어 문제다.
DW의 자회사로 빚이 100억 달러가 넘는 부동산업체 낙닐은 수많은 채권자들에게 채무의 40%는 현찰로 나머지는 어음으로 갚겠다고 제안했다. 달리 뾰족한 수가 없는 채권자들은 이 제안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세 군데 중 사정이 그나마 나은 곳은 ICD다. ICD 자회사 에미리트항공은 지난해 반년 간 9억25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그래서 두바이 정부는 이 알짜 항공사를 팔기 싫어한다. 팔더라도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데 그치겠다는 입장이다.
120억 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DH는 미래가 불투명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DH 자회사 3곳은 지난해 부채상환을 슬그머니 연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도 채권자들은 별 불만이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두바이를 홀대했다가 밉보이면 향후 아부다비와의 거래에서 불이익을 입을 수 있겠기 때문이다. 아부다비는 국부펀드는 세계최대 규모다.
두바이는 이제 부동산, 건설, 금융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탈피해 무역, 물류, 관광으로 눈을 돌릴 것을 요구받고 있다. 두바이 내부에서도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주경제 송철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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