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경춘선 개통 2주… '허술한' 안전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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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0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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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구간 스크린도어 미설치…국토부 "외부역이라 설치 안해" 변명

5일 승객 안전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경춘선 상봉역(위). 몰려드는 승객들로 복잡하다. 반면 외부에 위치한 역이지만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비교적 안전한 중앙선 왕십리역(아래).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그만 좀 밀어요, 선로로 떨어지겠어요."

5일 오후 2시 56분 경춘선 복선전철 시발역인 서울 상봉역. 춘천행 급행열차를 기다리던 한 아주머니의 절박한 외침이 귓가를 때렸다.
전동차를 타려고 플랫폼 맨 앞쪽에 대기하던 아주머니가 밀려드는 승객에게 떼밀리며 외치는 소리였다. 이 시각 이곳은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과 열차를 빠져나온 승객들로 물샐틈이 없다. 하지만 이 승강장 선단에는 2m 간격으로 세워진 높이 1m 정도의 스테인리스 난간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개통 2주일 된 경춘선 복선전철. 이용객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안전시설은 태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개통(12월 21일) 7일 만인 지난해 12월 27일 강원도 평창에 사는 최모씨(77·여)가 춘천역에서 진입하는 전동차에 팔을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은 수도권 전철 전 구간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있지만, 최근 개통된 경춘선 복선전철 모든 역에는 이마저도 설치되지 않았다. 더욱이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이유가 '걸작'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스크린도어는 국토부나 철도시설공단 소관"이라고 발을 뺐다. 여기에 더해 국토부 관계자는 "외부에 있는 역에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외부 역사로 이뤄진 1호선과 중앙선에는 이미 스크린도어가 설치됐거나 설치 중이다. 또 관련 법규에도 전철역사의 위치에 따른 스크린도어 설치 규정은 없다.

군색한 변명에 승객들은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승객이 급증하는 주말이나 평일 출퇴근 시간에는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는 게 승객들의 지적이다. 전동차에서 만난 최모씨(64·남)는 "지난 1일 가족과 함께 춘천행 열차를 탔는데 상봉역에서 사람들한테 밀려 선로로 떨어질 뻔했다"면서 "젊은아들이 앞에서 잘 버텨줘서 괜찮았지, 그렇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했다"고 말했다.

또 매일 아침 경춘선을 이용해 출퇴근한다는 정모씨(30·여)는 "승강장 폭이 좁은 통로 주변은 앞으로 밀리면 속수무책"이라며 "그 부근에서 차를 기다리는 것은 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역마다 안전요원을 배치했다며 안전사고에 대해 예방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넓은 역에 배치한 안전요원 한두명으로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교통안전 시민단체 관계자는 "당초 계획보다 1년이나 앞당겨 개통하다 보니 최근 전철역 전구간에 설치되는 스크린도어도 빠졌다"며 "정부가 돈벌이에 급급해 국민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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