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김홍도 부장판사)는 작업 중 지게차에 깔려 하반신이 마비된 후 자살한 양모 씨의 모친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양씨가 사고로 인해 40대 초반의 나이에 걷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 대.소변도 못 가릴 지경이 되어 80세 노모의 간병에 의존하게 되는 등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신체기능마저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비참한 상태와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절망감 또는 좌절감, 노모에 대한 죄책감 등이 우울증으로 발전한 끝에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에 이르게 됐다”며 “자살과 업무상 상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교통사고나 산업현장에서 큰 사고를 경험한 경우 그로 인한 심리적 충격, 신체적 고통, 희망의 상실 등이 겹쳐 우울증과 같은 정신장애에 이르는 경우가 많고 지친 나머지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자살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미역 가공업체에서 일하던 양씨는 2008년 9월 지게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척추가 골절되는 등 큰 상해를 입어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수개월에 걸친 재활치료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자 절망감과 팔순 노모에게 간병의 부담을 주고 있다는 죄책감 등으로 자살했다.
이에 양씨의 모친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보상금과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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