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만한 책> 1원도 투자하지 않고 1억원의 효과를 내는 기막힌 당근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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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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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오민나 기자) 
A) “오늘 사과 1개를 받을 것인가, 내일 사과 2개를 받을 것인가?”
B) “일년 뒤 사과 1개를 받을 것인가, 일 년 뒤 바로 다음날 사과 2개를 받을 것인가?”

2007 최고의 비즈니스 지침서로 꼽힌 ‘슈퍼크런처’의 저자이자 예일대 법대ㆍ경영대 교수인 이언 에어즈의 신작 ‘당근과 채찍’은 1981년 리처드 탈러가 행동주의 혁명을 일으킨 사과선택 실험(질문 A, B)에서 출발한다.

이언 에어즈는 처음엔 오늘 당장 1개의 사과를 선택한 사람들이 두번째 질문에선 일 년 뒤 다음날 2개의 사과를 선택하는 ‘과도한 가치폄하’ 현상 즉, 보상이 가까울수록 작더라도 더 빨리 받는 쪽을 선택하는 것에 주목했다.

이후 인간의 불완전하고 비이성적 측면을 이용해 개인과 조직을 어떻게 원하는 목표로 유인해갈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했다. 당근과 채찍은 바로 이 불완전하고 비이성적인 측면과 유관하다.

사실 ‘당근과 채찍’ 흔한 말이다. 특히 북한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한국의 대북정책을 이야기 할 때 빠뜨리지 않는 말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기업에서는 직원의 사기를 북돋우거나 반대로 구조조정할 때 쓰인다.

하지만 과연 정부는 그리고 기업은 당근과 채찍 전략을 제대로 쓰고 있을까. 이 책은 여기에 의문점을 던진다. 나아가 21세기엔 더 이상 당근과 채찍이 유효하지 않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당근과 채찍은 모두 잘못됐다고 꼬집는다. 당근과 채찍에는 ‘보상과 처벌’이라는 단순이분법적 차원을 넘어 인간의 ‘비이성’에 기반한 보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예로 고객감동서비스로 잘 알려진 미국 최대의 온라인 신발업체 자포스(Zappos)는 신입사원 교육을 마친 직원들에게 이렇게 제안을 했다. ‘지금 자진퇴사할 경우 2000달러의 보상금을 주겠다’는 것. 자, 이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결과는 무려 98%가 이 제안을 거절하고 회사에 남기로 했다. 이후 이 ‘달콤한 제안’을 거절한 직원들은 회사에 더 큰 기대와 비전을 품어 동기를 부여했고, 이는 곧 성과창출로 이어졌다

이는 ‘2000달러를 거절하고 남은 직장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일종의 '매몰기회 비용의 덫'에 빠지는 인간 심리를 이용한 당근책이다. 거의 모든 직원이 제안을 거절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무 비용도 들이지 않고 엄청난 효과를 거둔셈이다. 잘한 일에 대해 보상을 내려야만 '당근'이라는 그간의 독자의 상식은 이 대목에서 여지없이 무너진다.

이언 에어즈는 이렇게 단순히 잘했을 때 주는 것이 당근이고, 못했을 때 내리는 것이 채찍이라는 통념, 또 무조건 큰 당근, 무조건 강한 채찍이 효과적이라는 믿음을 이렇게 비튼다. 자포스의 사례처럼 1원도 주지 않고 100억원의 인센티브 효과를 내는 ‘기막힌 당근’도 있으며,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조정, 성과창출과 조직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고 이언 에이즈는 확신한다.

2009년 서점가에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넛지’와 이 책은 행동경제학적 원리에 바탕을 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넛지가 더 이론적인 면을 강조한 반면 당근과 채찍은 '실천'과 '자기계발' 측면에 중점을 뒀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당근과 채찍 전략은 인간의 여러 성향에 맞게 설계하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도와준다. 금연, 다이어트, 외국어 학습 등 개인의 일상적인 문제부터 동기부여, 성과창출, 정책 수립 등 조직에서 까지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적극 이용해 그에 맞게 설계함으로써 개인과 조직이 목표에 골인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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