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봉재 기자) “내 삶에서 단 한 순간도 시간을 헛되게 하기 싫었습니다.”
현역 군인이 의사고시에 합격해 화제다.
육군 수도화기계보병사단 비호부대에 복무 중인 권승규(33) 병장.
지난달 18일 한국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이 발표한 의사국가고시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권 병장은 합격증을 받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33세의 늦깎이 군인인 권 병장이 의사의 꿈을 이루는 길은 순탄지만은 않았다.
권 병장은 고교를 졸업한 뒤 부산 고신대 의과대학에 입학했으나 동아리 활동에 심취해 학업을 등한시 해 2008년 의사고시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꿈을 접었던 권 병장은 2009년 3월 군에 입대한 이후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오히려 군인정신을 발휘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도전정신이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권 병장은 두번째 의사고시 도전을 위해 낮에는 부대로 출근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퇴근 후에는 동료들이 모두 잠자는 새벽까지 공부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특히 권 병장은 본의의 굳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공부할 장소가 없어서 휴게실이나 피복 정리실에서 쪼그린 자세로 공부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권 병장의 딱한 상황을 들은 대대장과 중대장이 자신들의 사무실을 권 병장의 공부방으로 흔쾌히 내준 것이다.
또 부대의 병영시설 현대화 계획에 따라 부대 내에 병영도서관이 들어서면서 권 병장은 보다 나은 환경에서 열공(?)을 할 수 있게 됐다.
너무 힘이 들어 가끔은 꿈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부대 간부들이 ‘공부하는데 불편한 것은 없느냐’며 물어 올때면 권 병장은 자신을 또다시 채찍질을 했다.
권 병장은 오는 25일 전역을 앞두고 있다.
권 병장은 “고시에 합격한 것도 기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군인정신을 배울 수 있어 더 기쁘다”며 “힘들 때마다 격려를 아끼지 않은 부대 간부와 동료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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