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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설특집> 내고향의 설. 루쉰 고향 샤오싱의 설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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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3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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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중국 강남(江南 장강이남) 에 위치한 산좋고 물좋은(山淸水秀) 샤오싱(绍兴)이다. 평소엔 바람이 솔솔 불고 한적하고 푸근한 분위기이지만, 설이 되면 폭죽소리가 마을 골목에 메아리 친다.

샤오싱 사람들은 '전통'을 사랑하고 옛 것을 숭상한다. 우리는 '제사(祭祀)' 그리고 '수세(守岁)' 등의 의식을 통해 설을 보낸다.

샤오싱 출신 루쉰(鲁迅)은 소설 '주푸(祝福)' 에서 우리네 설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닭과 오리, 돼지를 잡아 깨끗이 씻는다. 아녀자의 팔뚝은 물속에 붉은 빛을 띠고, 음식이 다되면 젓가락을 요리 여기저기에 꼽는데 바로 복(福)자 모양이다."

샤오싱 사람들은 설 이틀전쯤 가족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며 큰 물고기, 고기를 요리해 보살에게 공양한다. 비록 옛날같지 않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닭을 잡고 떡을 쪄 각 신령들에게 받친다. 우리는 부엌 보살(자오)과 땅(집터) 신령 아태(阿太), 그리고 조상신 순서로 제사를 모신다.

'부엌보살' 자오는 옥황상제가 각 집에 파견한 신으로 그 집안 사정을 보고 하고 요리 맛도 결정한다는 속설이 있다. 따라서 자오에 대한 제사는 옥황상제에게 바치는 일종의 뇌물인 셈. 어머니는 이 제사 때 늘 입속으로 오물거리며 가족의 안녕을 빌었다.

샤오싱에선 땅의 신령을 '아태' 라고 부른다. 이 신은 토지 신으로서 집안의 평안을 주관하기 때문에 술과 고기로 정성을 다해 '환대' 하고 종이돈을 태우는 의식도 치른다. 아태 신령이 만찬을 즐기고 난 뒤에야 우리 조상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올린다.

'제사' 가 끝나면 '수세' 의 시작. 수세는 녠예판(年夜饭: 그믐밤 식사)으로 시작된다. 연뿌리를 설탕에 졸인 '우푸(藕脯)'가 대표적인 녠예판. 연근의 긴 구멍은 '루루통(路路通)'으로 만사형통하라는 뜻이다.

또 빨간색 대추 '녠녠훙(年年红)'을 가지고 붉은(좋은) 기운이 들어오라고 기원한다. 이렇게 음식의 생김새와 색깔로 복을 기원하며 집안의 행복과 번영을 비는 전통이 있다.

그밖에 또 위안바오위(元宝鱼) 라는 요리가 있다. 이는 '녠녠요우위(年年有余)'. 즉 한해 동안 남는 것이 많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위(鱼)와 동음인'위(余)' 는 재산이 남는다는 좋은 의미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엔 해가 밝기 무섭게 또 폭죽을 터뜨린다. 샤오싱에는 먼저 터뜨린 사람이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있다.

정초 2~5일까지는 친지들간에 안부와 덕담을 나누는 시간이다. 샤오싱 사람들은 이때 나흘간 거친 말과 욕을 일절 하지 않는다. 삼가하고 근신하는 것인데 왠지 나는 이날이 조금 두렵기도 하다.

세월의 변화로 설날을 보내는 방식 또한 현대화 돼가고 있지만 루쉰의 고향겸 나의 고향인 샤오싱 사람들은 아직도 옛 풍습의 많은 것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샤오싱(중국)=후샤오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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