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스팟 자문형 랩에 이어 적립식 자문형 랩도 규제에 나섰다. 증권가는 금융투자업계 전체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이 문제 삼는 것은 증권사에서 랩을 펀드처럼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립식 랩은 달마다 들어오는 자금이 작아 개별적인 운용은 어렵다. 이런 이유로 펀드처럼 소액을 모아 집합적으로 운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증권가는 스팟 랩이나 적립식 랩 모두 금융당국에서 사전 심의를 받았던 상품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상품 개발·출시를 위한 상당한 자금이 투입됐다. 이런 상황에 뒤늦게 규제안을 내놔 손실을 보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증권가도 자문형 랩 인기에만 편승해 경쟁적으로 유사 상품을 출시하면서 과열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금융당국 결정은 지나치게 서두른 감이 없지 않다.
적립식 랩은 초기이기는 했지만 출시 이후 큰 자금이 몰리지 않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지나친 규제로 오히려 업계나 시장에 불신만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안전판을 마련해야 할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사전 심의를 통과시킨 이유조차 밝히지 않은 채 판매를 막아버리는 것은 신중한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
자문형 랩 선전으로 주요 증권사는 실적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가 이번 규제에 발목을 잡히는 분위기다.
업계로부터 의견을 듣는 절차를 번번이 생략한 채 일방적인 규제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상품 출시를 무조건 막는 것은 업계 자율성을 강조한 자본시장법 시행 취지에도 맞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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