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해 태국 시암시티은행(SCIB) 인수합병(M&A) 포기에 이어 최근 인도네시아 파닌(Panin)은행 인수에도 실패했다.
지난 2008년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 겸 행장이 취임 직후 추진하려다 포기한 리먼 브러더스 인수 건까지 합하면 실패 사례는 이번이 세번째다. 현재 성공적으로 협상이 진행된 곳은 우즈베키스탄의 ‘RBS우즈’(RBS Uz) 1곳.
리먼 인수 당시에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시암시티 건에서는 인수 후 경영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이번 파닌은행 건에서는 대주주인 파닌파이낸셜(Panin Financial)과 인수조건 논의 중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해외은행 인수를 추진하면서 산은은 아시아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최고의 기업금융전문 투자은행(CIB)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 회장은 지난 1월 "산은이 민영화를 위한 독자생존의 내실을 갖췄다"며 "곧 가시적인 해외진출 성과도 발표하겠다"고 자신했다.
이 성과는 파닌은행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으나 결과는 수포로 돌아갔다.
일부에서는 잇단 해외은행 인수 실패로 해외진출 전략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산은의 중장기 발전전략이 차질을 빚을 경우 향후 민영화에 있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산은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곳을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파닌은행은 규모가 좀 컸던 게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최근 정책금융공사가 산은지주에 배당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산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사항이다. 실제로 배당이 진행될 경우 정부의 민영화 의지에 대한 논란이 일 수 있는데다 지분 매각에 타격이 불가피해 산은으로서는 난감한 입장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민영화가 지지부진한 데는 현 정부가 말미까지 50%의 지분을 보유하게 돼 있는 등 스케줄 자체가 문제"라며 "대우건설 매각 건 등 정부가 관치금융의 늘어진 팔로 산은을 이용해 가치를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은의 지금 모습은 10년간 민영화로 표류중인 우리금융의 전철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며 "정부가 지금처럼 매각 수익 극대화에 연연하며 산은을 정책 수단에 동원한다면 민영화는 불발에 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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