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년 3개월만에 0.25%p 인상하면서 통화 긴축기조를 한층 강화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당국의 움직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택한 한은, 물가잡기 총력전
그동안 한은은 기준금리 정상화를 제때하지 못해 물가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리비아사태로 인한 유가급등, 구제역 여파, 이상기후 등 대외적 변수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이러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게다가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까지 오르는 등 물가여건은 더욱 악화됐다.
구제역 파동에 이어 중동정정 불안으로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등 공급측면의 인플레 압력에다가, 수요측면의 인플레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2월 근원물가도 전년 동월대비 3.1%나 올랐다.
소비자물가도 6개월째 한은의 중기물가목표치인 3%선을 넘으면서 인플레이션 대응 필요성이 한층 더 커졌다.
따라서 한은이 지난달 금리를 연 2.75%로 동결한 이후, 이번달 금리인상은 거의 확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가계부채 증가 등 금리인상 여파에 따른 우려가 나오긴 했지만, 예사롭지 않게 증가하는 물가를 잡기위해서는 ‘금리인상’이라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기획재정부도 ‘인플레이션 쓰나미’를 차단하기 위해 전방위로 나섰다. 수급물량을 확보하는 등 단기적인 대책부터 독과점체제 및 유통구조 개선 등 구조적인 대책까지 마련하는 등 물가안정을 경제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금리인상 여파...가계부채 및 전세대란 우려
하지만 이번 금리인상 여파로 가계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미 물가가 상당히 오른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등 부채를 갖고 있는 가계는 이자부담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 인상은 양도성예금증서(CD) 및 은행 가산금리 등 시장금리 인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2월들어 1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특히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2월 중 2조2000억원 증가하면서 증가폭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은과 금융위원회는 금리인상이 당장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부채를 개선하는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리인상은 대출 이자부담을 키우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때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낮추고 위험성을 줄이는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리인상은 주택매매는 물론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출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주택을 직접 구매하기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쪽으로 몰릴 수 있다. 가뜩이나 최근 ‘전세대란’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재정부, 향후 물가대응 방향은?
이날 금리인상이 전격 단행되면서 향후 정부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한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임종룡 재정부 차관은 “최근 물가상승세가 큰 상황을 감안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동의하는 뜻을 내비쳤고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도 “현재 물가여건을 보면 공급 충격 외에도 수요측면 압력도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기존에 발표한 정책의 방향을 유지하되, 인플레 심리가 더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여전히 물가안정에 두고 단기적으로 수급안정에, 장기적으로는 독과점시장 및 유통구조 개선에 초점을 두고 구조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재정부는 올 상반기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총 99개로 늘리고 삼겹살과 분유 등 일부 농수산물에 대한 수급에 주력해왔다.
또 2월 수산물 물가가 전년 동월대비 11.4% 오른 만큼, 총 125억원을 들여 가격안정을 도모하고 가격이 계속 불안정한 어종의 경우 57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금리인상의 약발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1.13 서민물가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바탕으로 하되, 고물가 상황이 우리경제의 구조적문제로 자리잡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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