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교민 철수를 늦추는 것은 향후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하기 때문이지만, 정치적인 판단 때문에 교민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8일 후쿠시마 원전 80㎞ 이내에 체류하는 교민들에 대한 대피령을 내린 데 이어 19일에는 센다이에서 활동하던 한국구조대를 니가타 지역으로 철수시켰다.
하지만 정부는 또 후쿠시마 원전 80㎞ 밖의 교민들에 대해서 가급적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할 것을 권고하면서도, 이날 현재 '교민 철수'를 구체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후쿠시마 80㎞ 이외 지역 교민에 대한 대피 권고와 관련, "교민 철수 권고와는 분명히 다른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사실상 교민들에 대한 철수 문제를 개인들의 자유의지와 판단에 맡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의 신중한 교민 철수 대응에 대해 교민들의 불안과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일본 교민들은 한국대사관이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SNS)에 "가고 싶어도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아야 하는 회사원 분들도 너무 불쌍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칠 겁니까? 당장 귀국권고조치 내려주세요" 등의 글을 올리며 방사능 피폭에 대한 불안감과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는 60여만명의 국민이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데다 삶의 터전이 일본인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귀국권고조치를 내리기 힘든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한 외교 전문가는 "리비아에서 뒤늦게 교민 철수를 결정했던 정부가 이번에도 또다시 시기를 놓쳐 교민 안전이 위협받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정부가 늑장대응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사태추이를 정확히 판단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후쿠시마 원전 1호기와 2호기는 외부 전력선 복구로 위기상황에서 한발짝 벗어났지만 방사능 유출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일 현재 원전 1∼4호기는 소방차와 헬리콥터 등을 이용한 냉각수 투입으로 상황 악화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원자로의 연료봉 노출과 사용후 핵연료(폐연료봉) 보관 수조의 수위 저하에 따른 방사능 대량유출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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