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경영컨설팅업체 액센추어의 보고서를 인용, 아시아에 진출했던 미국 기업들이 본국이나 남미 등지로 생산기지를 옮길 채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액센추어에 따르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아시아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제조기업 287곳의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61%가 생산기지와 시장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검토하고 있는 방안 가운데 대표적인 게 자국 내에서 아웃소싱하는 온쇼어링(onshoring)이나 인접국을 이용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다.
저렴한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에 매료돼 아시아 지역으로 대거 생산시설을 옮겼던 다국적 기업들이 딴 마음을 품게 된 건 물류비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매트 레일리 액센추어 이사는 "5년 전만 해도 아시아지역의 낮은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이 부각됐지만, 유가와 운송비가 크게 오르면서 더 이상 생산성이 물류비용을 앞지를 수 없게 됐다"며 "아시아지역에 진출한 미국 제조업체들 사이에는 향후 3년 안에 본국이나 남미로 공장을 재이동시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지진 사태는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지진이 일본 열도를 강타하면서 공급망이 늘어나는 데 따른 리스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일례로 제너럴모터스(GM)는 일본에서 핵심 부품을 조달하는 데 차질이 빚어지자 이날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픽업트럭 공장을 멈춰 세웠고, 신형 항공기 787드림라이너의 부품 3분의 1을 일본에 의지하고 있는 보잉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건설장비업체 캐터필러는 이미 일부 일본산 부품의 생산지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레일리 이사는 제조업체들이 최근 고객과의 소통과 재빠른 혁신 및 공급을 중시하고 있는 점도 원자재나 노동력이 있는 곳보다는 시장과 가까운 곳이 최적의 생산기지로 급부상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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