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시즌이 돌아오면 투자자는 실적 발표를 기다린다.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실적을 내놓으면 주가도 뛴다. 반면 예상을 밑돌면 주가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가장 기초적인 투자지표가 바로 '깜짝 실적' 또는 '실적 쇼크'다.
상장법인 대부분이 속한 12월 결산법인이 최근 '매출·손익 30%(대기업 15%) 이상 변경' 공시를 쏟아내고 있다. 올해 들어 600건이 넘게 나왔다.
이런 공시에는 외부 감사를 받기 전에 잠정 집계한 영업실적이 담겨 있다.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인 3월 말을 앞두고 정정 공시도 잇따르고 있다.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수치를 바로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서는 기업도 있다는 것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속한 세하는 순이익을 냈다고 밝힌 첫 공시를 적자로 바로잡았다. 이 회사는 순이익 102억733만원을 순손실 617억8460만원으로 바꿨다. 자본총계도 66% 이상 줄어들었다.
정정 공시가 나오면서 세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이 회사는 2009 회계연도 실적을 발표하면서도 정정 공시를 냈다. 적자폭이 더 커졌다. 순손실이 22억원에서 75억원으로 불어났다.
한국거래소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사례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지연 공시 기업에 내려지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도 하지 않았다.
세하만 봐도 소액주주 비중이 발행주식 대비 절반을 넘는다. 실적 둔갑에 따른 손실은 일반 투자자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거래소나 금융당국은 '도'를 넘는 실적 정정 공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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