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는 한 동안 성장하더니 인터넷 업체 네플릭스(Netflix)와 코인스타의 레드박스(Redbox)의 급성장에 무릅을 꿇었다.
잘 알다시피 네플릭스는 인터넷과 동시에 오프라인에서 영상물을 우편으로 회원들에게 보내는 서비스로 급성장했다. 미국에서 보통 월 10달러 정도면 인터넷으로는 제한 없이, 우편으로 보내진 영상물은 약 3~4편을 한 달에 볼 수 있다.
레드박스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체인점중 하나인 맥도널드 매장마다 영화 씨디(CD) 공급기를 자동판매기처럼 설치했다. 보고 싶은 영화는 24시간 기준 1달러이며 아무 매장의 기계에다 반납해도 되기 때문에 직장을 오고 가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두 회사가 블록버스터를 꺾은 가장 큰 이유는 편리한 서비스와 가격 경쟁력이다. 네플릭스는 회원들에게 평균 3일에 우편으로 영화 씨디 하나씩을 주고 받았으니 그 신속함을 칭찬할 수 밖에 없었다. 신작 영화 한 편을 1달러에 볼 수 있게 한 레드박스의 저가 정책도 역시 블록버스터에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고 할 수 있겠다.
블록버스터는 결국 지난해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하고 지금 겨우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 회사를 매각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도 했다. 블록버스터는 원가 경쟁에서도 위 두 회사에 상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운 경영 상황에서도 싼 가격으로 영상물을 제공하지 못했다. 많지 않은 매장에다 직접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 거기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소비자가 찾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 기업은 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뒤 늦게 후발 인터넷 업체들의 서비스를 모방해 여러 시도를 해보았지만 마음을 돌린 소비자들을 잡기는 역부족이었다.
SK 텔레콤은 한국의 모바일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거대 공룡 기업이다. 그런 회사가 왜 이런 블록버스터 인수에 관심을 가졌을까? 외신들에 따르면 회사는 그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SK 텔레콤이 정체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 온 일환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모바일 업체가 지금의 스마트폰 서비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데이터 소스를 다원화하는 등 이쪽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왜 블록버스터일까하는 의구심은 애널리스트들도 피해가지 않았다.
CLSA 의 데이비드 리 애널리스트는 “블록버스터를 리스트럭처링하는 데 많은 자금이 들어갈 것”이라며 “어떠한 시너지가 있을까 떠오르지 않아 조금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한가지 더 걸리는 것은 SK 텔레콤의 해외 투자 성적이 영 좋지 않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힐리오(Helio) 브랜드로 미국 모바일 시장을 두드렸지만 보기 좋게 KO패 당했다.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모바일, 인터넷 천국 한국에서1등인 SK텔레콤은 미국에서 통하지 않았다. 버라이즌, AT&T 등 내노라 하는 미국 로컬 기업들을 이길 수 없었다. 결국 힐리오 사업을 3년전 접었다.
SK텔레콤이 한국에서 대성공한 싸이월드는 어떤가? 그 성공을 등에 업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를 넘지 못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SK 텔레콤은 2008년 미국에서 통신회사 스프린트 넥스텔 인수를 시도하다 실패했고, 중국에 설립된 벤쳐 차이나 유니콘에서 2009년 철수했다.
기업의 투자가 다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또한 기업의 과감한 해외 진출 노력도 장려할 만하다. 그러나 최근 SK 텔레콤이 보여준 해외 투자의 이들 사례들은 이번 블록버스터 인수 관심 표명에 심한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블록버스터가 파산 법원에서 허가받은 인수가격은 약 2억 9000만달러이다. 블록버스터의 지점은 약 2500개. 산술적으로 블록버스터는 매장 하나에 약 11만달러의 가격이 매겨져 있다. 물론 이 회사가 가진 보이지 않는 자산이나 또 부동산 등 드러나지 않은 자산들이 있을 것이다.
SK 텔레콤이 이번에는 과연 성공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주경제 송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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