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식량계획(WFP)을 비롯한 유엔기구가 최근 북한이 100만t 이상의 식량이 부족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상황에서 한국은 북한의 식량 상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지원을 보류하고 있다.
11일 외신과 대북 소식통 등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있따라 전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탈북자 500명을 상대로 인터뷰한 내용을 인용, 응답자의 90% 이상이 북한의 식량 사정은 매우 심각하거나 비교적 심각한 수준이며 2004년 이후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북 지원사업을 하는 국내 단체의 관계자도 최근 북측 관계자의 말을 인용, "식량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주민들이 아사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대북인권단체 ‘좋은벗들’ 등은 지난 겨울 극심한 추위로 북한 곳곳에서 아사자와 동사자가 속출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연례적으로 발표했던 북한 식량실태에 대한 추계 발표를 하지 않는 등 식량지원에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 식량실태 추계를 근거로 2009년에 식량이 117만t 부족하고, 지난해에도 129만t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하는 등 연초에 추계치를 발표해 왔지만 올해는 4월까지도 추계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의 자체적인 식량추계 발표가 국제사회의 북한 지원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북한의 식량사정이 대규모 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9일 한국국방연구원(KIDA) 주최로 열린 국방포럼에서 “북한의 지난해 작황은 재작년(411만t)보다 못하지 않다.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북한의 식량부족 상황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역시 대북 지원에 앞서 남북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식량지원을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이 최근 금강산 관광에 대한 현대아산의 독점권을 취소한 것은 양측 관계를 악화시켜 식량지원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금강산관광 사업에 대한 현대아산의 독점권을 취소한다고 밝힌 데 대해 “북한의 일방적 주장은 사업자 간 계약과 당국 간 합의,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불법적이고 부당한 처사”라며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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