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순위 10위권에는 한국 다음으로 스위스와 홍콩, 싱가포르가 포함됐다. 상위 10개국 중 7개국이 아시아지역 국가인 셈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지난해 8월 5위에서 같은해 12월 6위로 올라섰다가, 이번에 다시 7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외환보유액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중국으로 지난 3월 말 현재 3조447억 달러로 전월 말 대비 533억 달러 늘었다. 이어 일본은 245억 달러 증가한 1조1160억 달러를 기록했다. 3위 러시아는 한 달새 87억 달러 늘어난 5025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와 외환보유액 규모가 비슷한 인도는 지난 3월 말 3035억 달러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난달 15일 현현재 3079억 달러 수준으로 규모가 줄었다고 인도중앙은행(RBI)이 최근 발표했다. RBI는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달러화를 비롯한 특정 통화 표시 자산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특정 자산의 가치가 외환보유액 규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자 신흥국 중앙은행들을 중심으로 달러화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조짐이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신흥국들의 달러화 탈피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는 최근 열린 정상회담에서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 글로벌 통화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브릭스 정상들은 특히 미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와 재정적자가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을 위태롭게 하고 있는데도 미국은 달러화를 통해 정치·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맥락에서 아시아지역 각국 중앙은행들은 미국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한 중국 경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위안화 보유 비중을 늘리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도 최근 위안화 표시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을 완화하며 위안화의 국제화에 힘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 당국으로부터 중국 내 은행간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 승인을 얻은 홍콩과 싱가포르 중앙은행이 위안화 보유 비중을 늘리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시장 환경이 불안정해지면서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도 최근 눈에 띄는 변화다. 귀금속 전문 컨설팅업체인 GFMS에 따르면 2009년 중앙은행들은 전년보다 82% 줄어든 41t의 금을 처분했는데 이는 최근 20년 사이 가장 적은 양이다.
GFMS는 각국 중앙은행들은 지난 20년간 금을 순매도해왔지만 2007년 이후에는 이들이 내다 판 금의 양이 줄곧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국제 금시장에서는 지난 10년간 중국과 러시아, 인도, 이란이 가장 큰 손으로 꼽히고 있다.
필립 클랩위크 GFMS 회장은 "각국 중앙은행이 실제 보유한 금은 IMF에 보고하는 수치보다 약 10% 이상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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