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마누라‘ 빼고 바꾸라고 했는데 우리도 한나라당의 가치 빼고는 다 바꿔야 한다.”(친이 초·재선의원 모임)
17일 한나라당에서는 당 쇄신을 향한 똑같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신주류’와 ‘구주류’로 전락한 ‘친이(친이명박)계 주류’ 모두에서 나온 말이다.
이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시에 회동을 갖고 민심이 한나라당으로부터 등을 돌린 것에 대한 자성과 동시에 당 쇄신의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두 모임은 당 쇄신의 필요성에 의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지만 그 방향에 있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새로운 한나라’의 공동 간사를 맡고 있는 정태근 의원은 이날 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통해 “‘새로운 한나라’는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 보다 한나라당의 변화 방향과 내용을 바로 잡고 이를 실천하는데 역할을 하겠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모임 안에 있는 남경필, 정두언, 나경원 의원 등이 차기 대표로 거론되자 “당 쇄신이 아니라 당권 투쟁을 위한 모임 아니냐”는 비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당 대표를 위한 후보)단일화 논의는 ‘새로운 한나라’와는 별개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 의원은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현행 당헌에 대해서도 그대로 유지하는 하는 한편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선거인단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당 쇄신을 위한 ‘4대 활동방향’으로 △보수 가치의 재정립 △‘민생 안보’와 국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정책 재점검 △정당 개혁과 정치문화 개혁 및 선거제도 개혁 △국회 선진화 등을 내세웠다.
반면 21명의 친이계 초·재선 의원들의 회동에서는 당내 주도권을 빼앗긴 분위기를 반영하듯 자성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이날 모임의 진행을 맡은 진영 의원은 “국민적 욕구를 반영하는데 게을렀고, 열심히 했더라도 정치적 생산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영우 의원은 “지난 3년간 열심히 했지만, 특정인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지 않았나 반성한다. 거대 정당에서 친박ㆍ친이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것도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며 당청관계의 일방향성과 계파 갈등을 동시에 지적했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 오전 정기적으로 회동을 갖기로 하고, 당 쇄신에 있어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내에서 이처럼 ‘당 쇄신’에 대해 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당의 위기감을 반영한다는 긍정적 해석도 있으나 소장파와 친이계로 목소리가 양분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나라당 내 한 당직자는 “계파갈등을 극복하자고 하면서 ‘당 쇄신’의 주도권을 두고 양분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재보선 패배를 불러온 당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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