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최근 들어 잇따라 중국 각지에서 주민들이 지방 정부의 주택 강제 철거에 항의해 분신 자살을 시도하거나 철거단과 충돌을 빚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언론에 보도된 철거 관련 분규가 2060건에 달한 데 이어 올해에도 이 문제는 끊임없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지요.
얼마 전에는 핀(물갈퀴) 수영 세계선수권 우승자 중국인 부부인 천빈(陳斌)과 주바오전(朱寶珍)이 금메달을 목에 건채 ‘권익을 보호하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주택 강제철거에 항의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잡혀 사회에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지요.
오늘은 바로 중국 화려한 도시화의 어두운 그늘, 강제철거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급속한 도시화를 이뤄냈습니다. 지난 1978~2010년 사이 중국 도시화 비율은 17.9%에서 49.8%까지 높아졌으며, 도시 인구도 6억3000만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인구가 도시로 대거 유입되면서 중국 각 지방정부에서도 도시 경계를 넓히거나 기존 도시 구역의 재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무리한 철거가 사회문제로 부상했습니다.
세수확대를 노리는 지방정부는 경매를 통해 대대적으로 토지를 개발업체에 양도하고, 토지를 양도 받은 개발업체는 지방 정부의 묵인 하에 가옥을 강제철거하고 그 위에 아파트나 상가, 고층빌딩을 새로 짓고 있는 것이죠.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중국 정부가 거둬들인 토지 양도 수익은 총 1조4239억 위안. 이 중 다시 철거와 토지보상으로 나가는 비용이 5180억 위안으로 가장 높았으며, 도시화 건설과 토지개발에 각각 3341억 위안, 1430억 위안에 달합니다.
토지 양도로 벌어들인 수익이 또 다시 토지와 건설로 재유입되고 있으니 결국 중국 각 지방정부가 토지개발을 위한 강제 철거를 부추기고 있는 꼴이 된 것이죠.
게다가 각 지방정부마다 너도나도 ‘글로벌 도시’를 건설한다는 명목 아래 보기 흉한 오래된 가옥들은 쓸어버리고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8월 통계에 따르면 중국 전역의 655개 도시에서 ‘세계로 향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으며, 200여개 주요 도시 중 183개가 ‘글로벌 도시’ 건설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요.
그러나 문제는 ‘도시개발’이라는 공공사업을 이유로 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내고 얼마 되지 않는 이주보상비를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한쥔(韓俊) 부주임은 “현재 중국 내 고속철 167km를 세우기 위해 정부가 토지를 강제 징용하며 농민에게 지급하는 총 보상비는 고속철 2km 건설하는데 드는 액수”라며 이주보상비가 턱없이 낮게 책정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중국에도 우리나라 달 동네와 같이 빈곤층이 모여 사는 이른바‘청중춘(城中村·도시 속의 농촌)’이 있는데 이러한 빈곤층 밀집지역이 도시개발의 집중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곳의 가난한 주민들은 그나마 살던 집도 잃고 정부로부터 받은 쥐꼬리만한 보상비로는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해당 도시 후커우(戶口·호적)가 없는 주민들은 가옥이 강제로 철거당하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니 분신 자살까지 서슴지 않으며 정부의 강제철거에 반기를 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강제철거’를 두고 중국 네티즌들은 주민들이 피를 흘린다는 뜻으로‘피의 철거(血拆)’라고 말합니다. 강제철거에 따른 폭력 사태로 주민들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사건이 발생한 곳을 표시한‘피의 주택 지도(血房地圖)’를 인터넷에 올려 철거민의 희생으로 지어진 집을 사지 말자는 ‘강제 불매’운동을 벌여 커다란 호응을 얻기도 했죠.
물론 중국 정부가 최근 강제철거를 금지하고 적절한 이주보상비를 지급해 주민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라는 규정을 내놓았지만 과연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철거분규는 중국의 국가주도 경제 발전 모델에서는 불가피한 부작용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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