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번번히 국회 정무위와 재정부의 이권다툼에 밀려 한은법 개정 시도가 좌초됐던 한은도 여론의 지지를 받는 지금을 물실호기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작정하고 나선 김중수 총재의 소신발언이 적절히 '한은법' 여론을 환기시키는 모양새다.
△포문은 김석동, 승자는 김중수
평소 신중한 발언으로 정평이 나있던 김중수 총재는 취임일성으로 한은법 개정을 명시했음에도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지난 9일 “공권력적인 행정작용인 금융감독권을 그냥 아무 기관에나 주자고 할 수는 없다”고 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김중수 총재의 소신발언을 이끄는 촉매가 됐다는 분석이다.
김중수 총재는 5월 금리발표를 했던 지난 13일 작정한 듯 `금융기관 조사·감독권’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총재는 우선 “최종대부자로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조직(한은)이 아무런 정보도 없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제2금융권에 대해 조사할 수 없는 한계를 의식한 듯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김석동 위원장과 김중수 총재의 간접적 언쟁은 결국 김 총재의 승리로 귀결됐다. 김석동 위원장의 발언이 금융위와 금감원의 현황을 망각한 구태의연한 발언이라며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대신 신중행보를 걸어왔던 김 총재의 소신발언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된 것이다.
△뚜렷해진 ‘한은법’언급, 6월 결과는?
이후 김 총재의 소신행보는 보다 뚜렷해졌다.
지난 18일 김 총재는 중구 명동 상공회의소에서 가진 간담회를 통해 금융감독체계와 관련해 “한은도 최소한의 정보는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한은의 단독조사권 지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 24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는“(한은법이) 6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되길 희망한다”고 밝혀 조속한 국회처리를 재차 확인했다.
26일 열린 '한은 2011 국제콘퍼런스'에서도 김 총재는 중앙은행의 직접 조사권을 언급하며 한은법에 대한 의지를 구체화했다.
이와 함께 김 총재는 최근 한 내부회의에서 “한은의 단독조사권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더라도 누가 묻더라도 제대로 대답할 수 있도록 이론무장을 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의 내부 분위기도 한층 고무적이다. 한은 관계자에 따르면 직원들의 사적인 자리에서도 한은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가 연일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김 총재의 선봉장 역할에도 불구하고 한은법 개정에 대한 전망은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금감원의 조사권이 분배되면 이에 대한 권한 약화를 우려하는 것이 정무위의 분위기“라고 분석하며 "해를 넘기며 계류됐던 한은법이 그에 대한 방증"이라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한은법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내부적으로는 국회와 정부부처의 권한분쟁 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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