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발생한 구제역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으로 유정복 전 장관이 사임한데다 올초 농축산물 가격 폭등에 대한 대처도 미흡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7월부터 발효됨에 따라 우리 농축산물 피해방지를 위해 보다 각별한 대책이 필요한 것도 농식품부의 대규모 인사를 예고한 대목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발생한 구제역 사태는 340만 마리가 훨씬 넘는 가축들이 살처분되는 등 사상 최악의 축산 재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는 매달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 넘게 상승하는 등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데 지난 4월 농축수산물 가격은 9.2%, 5월에도 5.9%나 올라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농식품부는 물가안정·방역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를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지난달 31일 물가안정·방역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
이 조직개편안은 오는 15일부터 시행된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1일 “장관 인사가 없었어도 이번 조직개편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유통정책관’이 신설돼 국민생활과 직결된 농식품 물가안정 및 유통효율화 등의 업무를 전담하게 해 농식품부의 물가안정 기능이 강화된다.
‘유통정책관’은 ‘농업연수원’과 ‘수산인력개발원’이 15일부터 농수산식품연수원으로 통합됨에 따라 생기게 될 여유 고위공무원단 직위를 이용해 신설된다.
신임 유통정책관으로는 나승렬 농업연수원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농식품부 국장급 중에서 임명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곽범국 농식품부 식품유통정책관이 가장 유력하다.
동물방역과는 ‘방역총괄과’와 ‘방역관리과’로 개편돼 방역 정책 기능이 강화된다. 이중 방역관리과는 구제역 백신 개발 및 수급 관리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이에 따라 김태융 동물방역과장은 방역총괄과장으로 사실상 유임되고, 방역관리과장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백신 개발 업무를 담당하던 과장급 인사들 중에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수의사인 김태융 동물방역과장은 이번 구제역 사태 당시 사실상 모든 휴일을 반납한 채 매일 밤 늦게까지 일하며 구제역 사태를 헤쳐 나가는 데 선봉장 역할을 해 가축 질병에 대한 전문적인 해박한 지식과 근면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국경검역·방역 기능 강화 및 검역·검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호주 등 선진국들의 검역체계를 감안해 농식품부 소속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국립식물검역원,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을 통합해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설립된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는 ‘1본부 5부 29과, 6검역검사소·30사무소’로 구성되고 인원은 1335명이 될 전망이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농식품부(소속기관 포함)는 전체 인원이 현재 4863명에서 4928명으로 65명 증가한다. 본부의 경우 방역관리과 신설 등에 따라 구제역 백신 수급 등의 업무를 위한 인원이 10명 증가(675명→685)하고 소속기관은 검역·방역 기능 강화를 위한 실무 인력 등이 55명 증가한다.
여기에 장관 후속 인사로 차관까지 바뀌게 되면 농식품부는 더 큰 규모의 인사태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내부에서는 서규용 장관 내정자가 기술고시 8회(63세) 출신으로 고령인 반면, 김재수 1차관(54·행시 21회), 정승 2차관(53·행시 23회)이 비교적 젊기 때문에 차관까지 바뀔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각을 계기로 구제역, 농축산물 가격 급등 등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차관뿐만 아니라 1급과 국장급까지 연쇄적인 인사 이동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결국 대규모 인사로 세대교체를 이룰 거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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