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우리 측이 지난달 9일 북측과의 ‘비밀 접촉’을 통해 “6월 하순과 8월, 내년 3월 등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이를 위한 장관급회담을 5월 하순에 열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등 관계 당국은 즉각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한 대북 소식통은 “정부가 지난해 초 정상회담 관련 협의가 깨진 뒤에도 꾸준히 회담 개최 가능성을 타진해온 것으로 안다”며 보도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남북접촉, 獨베를린에서 이뤄진듯
북한 측이 남북 간 접촉이 있었다고 밝힌 지난달 9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와 비핵화에 대해 확고히 합의한다면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핵 안보 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할 용의가 있다”는 이른바 ‘베를린 제안’을 한 날이다.
청와대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 당시 이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수행했음을 감안할 때 북한 측 보도대로라면 남북 접촉은 베를린 현지에서 이뤄졌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의 남은 임기 중 가장 중요한 과제로 경제와 남북관계 안정을 꼽고 있다”며 ‘베를린 제안’이 ‘립 서비스’가 아님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군사실무회담 이후 사실상 남북 간 접촉이 중단됐던 상황에서 우리 측이 과연 정상회담에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임기 말 북한과의 극적인 관계 개선을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준비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MB 임기말 남북관계 '마지막 승부수'
이 대통령 스스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정치적으로 계산하지 않겠다”(4월1일 특별회견)고 공언한 바 있지만 대내·외적인 여건상 "관계 정상화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이 지나면 현 정부와 북한 간의 대화기회는 없어진다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또 만일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태와 같은 북측 도발이 재연된다면 간신히 회복기에 접어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정원 제1차장을 지낸 김숙 유엔(UN)대사도 “내년엔 총선과 대선이 있으니까 남북 간에 뭘 할 수 있으면 올해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청와대로선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 등 레임덕 현상을 타개할 ‘이벤트’가 필요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북측 보도에서도 확인됐듯이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측의 사실인정 부분이 계속 남북관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는 아무리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해도 이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매듭을 짓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이다. 반대로 북한은 해당사건은 자신들과 무관함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간 불신이 워낙 깊어 현재로선 정상회담도 김 위원장의 핵 안보 정상회의 참석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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