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는 지난달 산유량을 하루 20만 배럴 늘렸으며, 이달에는 추가로 20만~30만배럴 더 증산할 방침이다. 이 경우 사우디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2008년 중반 이후 처음으로 900만배럴을 넘게 된다. 사우디는 내전으로 리비아의 산유량이 하루 160만배럴에서 25만배럴로 급감하자 연초부터 증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증산은 정유시설 유지보수 시즌이 끝나면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석유 컨설팅업체 페트롤리엄폴리시인텔리전스의 빌 파렌-프라이스는 "이달 들어 사우디의 산유량이 급증했는데 이는 아시아지역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우디 산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우디가 산유량을 늘리고 있다"며 "이는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에 내수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유시설의 유지보수 작업이 마무리된 것도 수요 증가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산유량은 2009년 2월 5년래 최소치인 하루 800만배럴까지 줄었었다. 당시 OPEC은 금융위기로 수요가 줄면서 유가가 급락하자 감산에 나섰다.
사우디의 원유 증산 소식은 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정례회의를 앞두고 나온 것이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40%를 책임지고 있는 OPEC은 이번 회의에서 4년 만에 처음으로 증산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리비아 내전 및 중동지역의 정정불안 사태로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증산에 합의하기까지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일례로 리비아는 전날에야 친정부 인사인 옴란 아부크라 전 리비아전력청장을 이번 회의 대표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쇼크리 가넴 리비아 석유장관이 지난달 반군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아부크라가 이번 회의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리비아 반군은 발언권을 얻지 못했지만, OPEC 회원국인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는 공개적으로 리비아 반군을 지지하고 있다.
OPEC 회원국간 산유량 조정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사우디와 쿠웨이트 등 걸프 연안국들은 증산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은 큰 폭의 증산은 저지한다는 입장이다.
OPEC이 증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으로 전날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7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지난 주말보다 1.57달러 내린 배럴당 114.25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4개월간 유지된 가격대인 배럴당 105~125달러는 벗어나지 못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배럴당 98.981달러로 1.32달러 떨어지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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