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고덕동 가보니>"보금자리가 싫다"…들끓는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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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6-0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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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량 폭탄 우려에 아파트값 거래없이 약세

서울 강동구 고덕동 주공2단지에 걸려있는 현수막. 5차 보금자리주택 지구 지정을 반대하는 집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주민들이 상담하러 왔다가 결국에는 하소연만 하고 갑니다. 방금 전에도 한 할아버지가 와서 푸념을 늘어놓고 갔어요. 집값이 이렇게 자꾸 떨어져서 어떻게 하냐고.”

7일 찾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3단지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한 중개업소 관계자의 얘기다. 그는 “5차 보금자리지구 지정 이후 매매호가가 2000만원에서 3000만원 정도 하락했다”고 말했다. 고덕3단지 52㎡형의 경우 5억1000~2000하던 것이 최근 4억9000만원까지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지난달 17일 5차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된 후 강동구 고덕·강일동 일대 아파트값이 계속해서 약세를 보이면서 주민들의 상심과 불만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이 이 곳에서 만큼은 '웬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이나 하듯 고덕지구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재건축 사업은 외면하고 보금자리주택 수익사업 웬말인가”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근처의 B중개업소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은 상태에서 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오니 시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의 1차 보금자리주택지구인 하남미사지구에 3만6000~4만 가구가 들어서고, 강일지구는 1만5000~2만 가구가 건립되는 등 물량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아파트 가격이 안 떨어지고 배기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고덕지구는 지난 2007년 최고가 보다 2억 정도 떨어졌기 때문에 더는 가격이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말도 덧붙였다.

C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는 거래가 돼야 ‘시세’라고 부르지 거래가 전혀 없으니 시세가 형성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강일동 부동산거래는 8건, 고덕동은 24건이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고덕동 단 2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근 재건축 사업장에도 구름이 끼고 있다. 고덕지구 재건축 사업이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일반분양가가 3.3㎡당 2500만원은 돼야 하는데 보금자리 때문에 미분양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주민은 “보금자리주택이 3.3㎡당 1500만원선에서 분양될 것이라고 하는데 누가 2000만원이 넘는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재건축 아파트 메리트가 없다면 고덕 재건축 사업도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모씨는 "서울시에서 전세수요를 흡수할만한 데가 딱히 없으니 강동구만 잡는다"며 "보금자리가 좋은 정책인 것임은 알겠는데 한 지역에서 이렇게 계속 터트리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재 강동구는 보금자리지구 지정 철회를 국토해양부에 요구한 상태다. 앞서 4차 보금자리로 지정됐던 인근 하남 감북지구 주민비상대책위도 지정 철회를 위한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강동 지역이 재건축 중심이다보니 거래가 안되는 시장인데다가 가격하락 중에 5차 보금자리선정 발표가 영향을 줘 이지역 시세가 떨어졌다"며 "사실상 입지여건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보니 지역 수요가 대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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