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감독당국과 증권업계 등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보해저축은행에서 불법으로 대출된 자금은 유령회사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부실 상장 기업 등으로 대량 유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보해저축은행에서 불법대출된 자금은 에너지 플래닛, BK디지웍, DK솔라파워, 레이컬쳐 컴퍼니 등 총 4개 이상의 페이퍼컴퍼니에 분산 유입됐고, 이 자금은 유가증권 및 코스닥 상장기업 10여개사에 증자 형태로 흘러 들어갔다.
페이퍼컴퍼니를 거친 불법대출 자금은 상장 기업들을 경유하면서 그 행태가 더욱 과감해졌다. 대표적인 곳은 바로 유가증권 상장 기업인 오라바이오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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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바이오틱스는 2009년 4월 유상증자를 통해 모은 자금 140억 가운데 120억을 자회사인 한일양행에 증자, 납입 당일에 투자한 바 있다. 하지만 오라바이오틱스는 자회사인 한일양행의 투자금에 대하여 투자 6개월 만에 120억원 투자자금 중 108억원을 지분법 손실로 회계처리 했다. 회계장부에서 108억원이라는 돈이 증발한 것이다. 나머지 12억원도 현재 모두 지분법 손실 처리되어 증발한 상태다. 모회사는 자회사가 사용한 자금에 대하여 공시를 할 필요가 없다는 법의 맹점을 교묘하게 활용한 것이다.
한일양행은 현재 기업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 관계자들은 "지분법 손실로 사라진 자금의 대부분은 오문철 전 행장과 이용호 측으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유상증자 등을 통해 유입된 자금이 페이퍼컴퍼니와 오라바이오틱스를 거쳐 한일양행에 투입된 후, 행방불명된 것은 회사의 실질적인 대주주들 주머니로 들어갔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재 오라바이오틱스를 경영하고 있는 이상석 대표는 "자회사를 통한 대규모 지분법 손실 처리는 전임 경영자 시절에 발생한 일이라서 잘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분법 손실 처리시점이 2009년 말 사업보고서이고, 이를 위한 상장사 회계감사가 통상 2월말∼3월초에 이루어 지는 점을 감안하면 2010년 2월 5일부로 대표이사가 된 이상석 대표는 이에 대한 회계 감사보고서를 직접 받아보았고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라바이오틱스는 보해저축은행의 자금이 투입되기 전인 2007년 8월에 오문철 전 행장과 이용호 씨가 대리인을 내세워 150억원을 투입, 경영권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바이오틱스는 한일양행 외에도 자회사인 로하스컨설톨로지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대여했다. 자본금 5억원의 21배가 넘는 107억원을 타법인 인수 등의 조건으로 로하스컨설톨로지에 빌려준 것이다. 이 가운데 65억원을 코스닥 기업인 네스테크를 인수하기 위해 만든 SPC에 대여했고, 동시에 네스테크 주식 300만주를 담보로 잡았다.
하지만 2009년 6월과 12월, 2010년 6월까지 사업보고서 상에 담보로 잡혀있던 300만주가 2010년 12월에 갑자기 보고서에서 사라졌다. 저축은행→페이퍼컴퍼니→오라바이오틱스→로하스컨설톨로지→SPC-네스테크로의 자금 세탁 과정에서 증발한 것이다. 오라바이오틱스의 CFO인 이상헌 전무는 "2010년 9월까지는 대표이사가 네스테크 주식을 보관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그 이후에 어디로 갔는지는 알지 못한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법으로 대출된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 지가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며 "네스테크에 투입된 자금은 현재 인천소재 최고급 골프장 개발인수 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한편 보해저축은행 불법대출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오라바이오틱스 외에도 10여개의 코스닥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됐다는 정황을 포착, 오문철 전 은행장과 이용호 씨를 광주지검으로 이송, 강도 높게 수사 중이다. 검찰이 불법대출 자금의 최종 목적지를 오문철 전 행장과 이용호 씨 주변 인물로 압축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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