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면서 일부 명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선 “명품 사재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심지어 명품 소비자들 사이에 이른 바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할 정도다. 샤넬 가방 하나에 600만원이 훌쩍 넘어 서민가구의 월 생활비의 2~3배와 맞먹는 가격인데도 해외 원정구매까지도 불사하는 소비자들도 있다고 한다.
생활용품과 교통요금 등 서민물가는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다수의 서민들에게 고가명품의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는 소식은 소비양극화에 따른 위화감을 일으키고 상대적으로 절망감을 느끼게 해 줄 뿐이다.
우리 사회가 공정하고 성숙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소비문화의 정착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명품 소비 열풍 속에서 명품 소유의 욕구가 왜곡되어 소위 “짝퉁” 소비풍조로 만연되고 있는 것 같다. 명품과 거의 유사한 짝퉁 상품-소위 ‘특 A급‘-을 사려고 기를 쓰는 소비자들이 의외로 많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그릇된 소비풍토를 볼 때 소비자단체를 이끌면서 위조상품 유통근절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나에게 큰 허탈감을 갖게 한다.
위조상품 소비자들의 대부분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지만 진품을 구입하자니 너무 값이 비싸기 때문에 그 대신에 디자인과 색상이 유사한 위조상품을 구입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모습이 마치 명품가방과 명품구두에 어울리는 것으로 착각하여 신분이 상승된 것처럼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우리 연구원이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소비자 6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명품은 갖고 싶은데 비싸니까, 과시하고픈 생각에 위조상품을 구매한다는 응답이 73.3%로 나타났다. 이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명품 선호의식에 빠져 있고, 그 욕구가 왜곡되어 짝퉁선호현상까지 만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듯 단지 내가 명품 브랜드를 도용한 '짝퉁'을 구매하고 있지만 남들이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자기만족을 느낀다. 이러한 왜곡된 소비계층이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위조상품의 유통도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위조상품을 구매하는 소비계층이 늘어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위조상품은 만연될 수밖에 없다. 요즈음 유난히 진짜 같은 가짜 명품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매장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판매되고 소비자 역시 생각 없이 구매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 행태는 단순히 가방, 구두 등의 문제를 떠나 성분이나 함유량이 불분명한 위조 의약품, 식품, 자동차 부품 등의 유통으로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에 위협을 주고 있다.
위조상품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입하는 풍조는 과소비를 조장하는 동시에 합리적인 소비패턴을 뒷전으로 밀려나게 하고 있다. 위조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왜곡된 소비풍조를 조장하고 타인의 재산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잘못된 인식을 형성한다.
나아가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훔치는 비윤리적인 행위일 뿐만 아니라, 짝퉁 소비풍조는 우리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국가브랜드를 평가절하시키는 일이라는 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과시욕과 신분상승의 대리만족의 소비문화가 우리 소비자와 우리 사회, 우리나라에 불이익을 초래하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문화는 소비자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고 이제 우리 소비자가 앞장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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