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경 속 금융, 회복 계기돼야"…금융기본권 논의 박차

  • 은행법학회 정책학술대회…李대통령 '정책 멘토' 이한주 이사장 등 참석

  • "금융서비스, 다른 기본권 위한 핵심 인프라"…계좌개설권 보장 등 제시

사진김지윤 기자
은행법학회는 1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금융기본권의 헌법·행정법·법철학적 기초와 규제법적 쟁점 및 실행방안'을 주제로 정책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이재명 정부가 '포용금융'을 주요 정책 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금융서비스 이용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기 위한 '금융기본권'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단순한 일회성 대책을 넘어 서민들의 금융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장기적으로는 헌법상 권리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은행법학회는 1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금융기본권의 헌법·행정법·법철학적 기초와 규제법적 쟁점 및 실행방안'을 주제로 정책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금융기본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하기 위한 법리적 검토와 금융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행사에는 김자봉 은행법학회장과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금융기본권은 모든 국민들이 경제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금융 서비스를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등에 내재된 금융 관련 권리를 보다 구체적인 보편적 권리로 정립하자는 개념이다. 최근 신용회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 등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여명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기초금융보장법'을 오는 8월 전후 발의할 예정이다.

먼저 참석자들은 금융기본권 개념을 제도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500만원, 300만원이 부족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 있다면 삶의 리스크를 금융을 통해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을 기본권의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표와 토론에서는 금융기본권의 헌법적 근거와 제도적 실현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승이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서비스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에서 계약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재산권 행사, 거주 이전의 자유 등 다른 기본권 실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라며 헌법재판소가 현행 헌법 해석을 통해 금융기본권을 도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금융기본권이 과도하게 확장될 경우 은행의 영업 자유 및 재정 건전성과 충돌할 수 있기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김 회장은 금융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정책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영국의 기본계좌와 독일의 바시스콘토 제도처럼 모든 거주자의 계좌 개설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금융기본권 실현을 위한 중장기 과제로 포용금융 의무화와 은행 통합법 검토를 제시했다. 이재훈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령층의 금융소외 등 금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공동점포 개설 관련 규제를 합리화하는 방안 등을 설명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서정희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계좌 보유율은 이미 99%에 달하므로 금융접근성 보다는 금융 공급 양극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서 전 교수는 “중저신용자는 신용등급 체계에서 가운데가 비어 있는 도넛 구조"라며 "제도와 법 개선을 통해 금융지주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는 등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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