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일시적 침체를 겪은 뒤 반등할지, 또다시 붕괴위기로 치달을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세계 경제 '스티키패치(sticky patch)'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18일자 최신호에서 최근 경기 상황을 ‘스티키패치’라고 진단했다. 스티키패치는 경기 회복기의 일시적인 침체를 뜻하는 '소프트패치(soft patch)'에서 나온 말로 끈적끈적하게(sticky) 다양한 악재가 들러붙었다는 의미다.
최근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하고 있는 악재는 실제로 한 둘이 아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이들 악재가 최근 서서히 해소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먼저 일본에서 지난 3월 일어난 대지진은 일본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최근 공급망이 정상화하는 등 성장세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들도 올 여름 생산 목표를 다시 늘려잡고 있다.
올 초 산유국의 정정불안 사태 등으로 급등했던 국제유가도 안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은 증산에 돌입했고,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하락세로 반전했다. 에너지 가격 부담이 주는 만큼 소비가 늘어나 미국 경제 회복세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가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시행한 긴축정책도 악재보다는 호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국들의 성장세는 다소 둔화됐지만,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 압력을 낮추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이 긴축기조를 조기에 접을 경우, 인플레 압력이 또 다른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정위기 '시계제로'…붕괴 가능성도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재정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정치적 갈등이 세계 경제가 일시적 침체를 겪은 뒤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의 '붕괴(meltdown)'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연방정부의 부채 상한 인상을 두고 다투고 있는 미 정치권과 그리스 지원안을 둘러싼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의 불협화음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의 공공부채가 의회가 정한 상한을 돌파하자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백악관과 공화당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백악관과 민주당이 사회보장 관련 지출은 더 이상 줄일 수 없다고 고집하고 있는 데 대해 공화당은 메디케어를 비롯한 복지 예산을 과감히 삭감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유럽에서는 그리스 지원방식에 대해 민간투자자의 고통분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7일 베를린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민간투자자들의 '자발적' 참여 원칙을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내놓지 못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23~24일 유럽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도 그리스의 디폴트나 유로존 퇴출 리스크는 여전히 크다며 정치권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침체가 이어져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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