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뉴욕주 동성 결혼법 통과 관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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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6-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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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송지영 특파원) 뉴욕주 상원이 24일 밤 10시30분(현지시간) 동성간 결혼을 인정하는 '평등 결혼법'을 통과시켰다.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가 자정 직전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7월24일부터 뉴욕주의 동성 커플은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뉴욕에 앞서 코네티컷, 아이오와, 메사추세츠, 뉴햄프셔, 버몬트, 워싱턴DC가 동성 결혼 법안을 통과시켰다. 규모나 정치적 의미에서 뉴욕은 다른 여타 지역보다 파급 효과가 크고, 또 법안이 통과된 과정도 극적이었다.

우선 쿠오모 주지사는 카톨릭 신자다. 주교, 신부, 목사 등 종교 지도자들이 나서 적극 반대하는 와중에서 쿠오모는 미국 헌법에 명시된 '정교 분리'신념을 지켰다. "뉴욕 땅 위에 살고 있는 모든 주민은 동등한 법적 권리가 있다"는 정치 철학이 이번 법안 통과 배경에 깔려 있다.

이 법안은 지난 2009년 민주당이 뉴욕 상원의 다수당이었을 때 상정됐다가 부결됐다. 평소 동성애, 동성결혼에 우호적이었던 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인권 단체들은 굴욕감까지 느꼈다. 정치적 동지 민주당의 '성의 없는' 정치력에 실망했다.

지금 뉴욕주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가족 가치, 남녀간 성차이, 보수적인 정치 신념 등을 감안할 때 동성 결혼 법안은 올해 뉴욕주에서 절대로 통과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결과는 33대 29로 찬성. 민주당은 한 명만 제외하고 다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에서 네 명이나 찬성표를 던졌다. 극적인 반전이었다. 법안 통과를 위해 필요한 32표보다 한 표를 더 받아 극적으로 통과된 것이다.

그 마지막 한 표의 주인공은 공화당 스티픈 샐랜드 의원이었다. 표결 후 그는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러나 오늘로서 그동안 힘들었던 감정적, 지적 여정은 끝났다.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혼도 예외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번 일로 쿠오모 주지사는 정치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쿠오모는 공화당의 가장 '큰 손(정치헌금 기부자)'까지 만나 협조를 구했다. '큰 손'의 자녀는 동성애자였다. 그러나 그는 "개인 가정사와 정치를 결부시키지 않겠다"며 거절했었다. 쿠오모의 설득으로 그는 수주 전 동성애 법안 운동 단체에 수십만 달러의 기부를 하게 됐다. 평소 그와 가깝게 지내던 공화당 의원들의 마음을 바꾸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공화당 의원들에게는 2년 전 이미 부결된 법안을 다시 상정하는 것조차 두려운 일이었다. 만에 하나 법안이 통과되면 자신들의 기반인 보수적인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 분명했다. 보수 유권자 단체들은 "만일 동성 결혼법에 찬성표를 던지면 다음 선거에서 낙선하게 될 것"이라고 협박을 해왔다. 그러나 이날 9시간 동안의 긴 마라톤 상원 토론 끝에 공화당은 운명적인 결정을 했다. 법안을 상정시키는 데 동의하고 의원 각자의 판단에 따라 표결토록 했다.

유권자들의 의식 변화도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04년 뉴욕 주민의 37%만이 동성결혼에 찬성했지만 올해 여론조사를 보면 57%나 찬성하고 있다.

다음에 주목해야 할 지역은 캘리포니아다. 동성 결혼을 불법으로 규정하려던 주 헌법 개정 움직임을 2008년 소송으로 막은 캘리포니아에서도 동성 결혼법이 통과될 조짐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인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이 동성 결혼 신고를 할 수 있는 지역에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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