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가계부채대책 발표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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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0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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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끝에 마침내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당초 예상이나 공언과는 달리 강도가 많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가계부채를 줄이고 대출 구조를 개선하는 데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다. 갑작스레 가계대출을 줄인다고 나서면 어려움을 겪는 가계가 많아지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급랭할 수 있다. 경기위축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 현재 가계부채 규모가 우려되더라도 당장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한 만한 상황은 아니다. 은행권에 대한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1% 미만이다. 주요 선진국의 2%대에 비하면 크게 낮은 셈이다. 현 시점에서는 점진적인 방식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는 데 바람직해 보인다.

소득에 비해 빠른 가계부채 증가세가 상당 기간 지속되었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것은 늘어난 부채가 대부분 자산을 늘리는 데 쓰였기 때문이다. 차입자금이 소비를 통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금융자산과 실물자산 특히 주택구입에 사용되어 부채가 늘어나는 것 만큼 자산도 늘어난 것이다. 또한 가계부채가 주로 고소득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가계부채 확대가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시장 동향이 심상치 않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부채 규모는 고정된 가운데 가계가 보유한 자산이 줄어들 수 있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부채상환능력이 낮은 계층의 소비를 위한 생계형 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가계부채 문제가 터질 때는 항상 부채상환능력이 낮은 저소득층, 저신용자들의 과다 부채에서부터 비롯된다. 과거 2003년초 카드사태가 그러했고 지난 글로벌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서브프라임 부실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런 일이다.

이번 가계부채대책에서도 제2금융권에 대한 가계대출 규제를 보다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으로 저소득 가계의 대출이 더 어려워질 것임을 짐작케 한다. 낮은 소득에 비해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가계의 경우 부족분을 외부 차입으로 충당하게 된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이 어려워지게 되면 음성적인 고금리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가계대출을 죄더라도 이로 인해 타격을 받는 가계들에게는 서민금융 활성화를 통해 숨통을 터주는 것이 불가피하다.

어찌보면 모순되는 것이다. 부채상환능력이 낮은 사람들의 부채가 더 이상 늘어나는 것을 막는 한편, 이로 인한 고통을 서민금융을 통해 덜어 준다면 사실상 부채 규모가 별반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좋은 가계부채 대책은 경기활성화를 통해 소득을 늘이는 것이 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소득이 늘어나야 가계수지가 개선되어 외부차입 수요가 줄어들고 부채상환능력이 높아진다. 아울러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인 것에서 보듯이 부동산은 가계부채 문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에 크게 기인한다. 주택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안정되어야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쉽지는 않은 일이겠으나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주택가격 급락은 당장 가계부실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반면, 지속적인 주택가격 상승 기대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가계부채 동향을 살피면서 추가적인 가계부채대책이 추진된다고 한다. 주로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직접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불가피하겠지만 이와 함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득증가, 부동산 가격 안정 등의 대책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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