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기 엔저 현상에 대한 일본 기업의 느슨한 대응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다. 이는 우리 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일본 기업과의 격차를 줄이는 일조했다.
물론 원화 강세는 단기적으로는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 때문에 대표적인 수출 업종인 자동차와 전자, 석유화학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반면 조선, 일반 기계 업종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철강업종의 경우는 수입원가 하락으로 영업이익 개선이 기대된다.
◆車·전자·석유화학 ‘울상’
환율에 민감한 전자업계는 적자가 발생하는 환율의 마지노선을 1050원대로 잡고 있어 환율이 지속 하락할 경우 부담이 커진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환율은 원가경쟁력 등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변화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초 원·달러 환율을 1080원대로 내다봤던 삼성전자도 이미 예전에 마지노선이 깨지면서 환율대책의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자동차업계도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수출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연초 환율을 1100원대로 예상했던 현대·기아차는 환율 하락폭을 주시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70%에 달하는 현대·기아차는 환율이 10원 오르내릴 때마다 매출이 2000억원 가량 증감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현재의 환율 수준이 올해 말까지 이어지면 산술적으로 약 2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이 60%를 넘는 석유화학업계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LG화학 관계자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외화로 발생하며 이 중 달러가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며 “환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시 대응반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기계 ‘무덤덤’…철강 ‘웃음’
조선업의 경우 수출이 평균 2년 전에 수주한 잔량이 있으므로 단기 환율변동에 의한 영향은 거의 없다. 오히려 수입되는 일분 핵심 기자재의 단가 하락으로 채상성에 일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가격경쟁력이 일본·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 도 중소 조선사의 경우 환헤지 비율이 낮아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일반기계는 가격보다 품질경쟁력이 주요 수출요인이므로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전망이다. 핵심 소재 부품에 대한 대일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일본 부품수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체들은 원화강세가 반갑다. 포스코는 환율 10원 하락시 624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이 증가한다. 현대체절도 영업이익 추정치 대비 2.2% 수준인 150억원 정도 영업이익 개선효과가 있다.
특히 동국제강은 원·달러 환율 하락의 가장 큰 수혜업체로 꼽힌다. 환율 10원 떨어지면 영업이익 추정치 대비 8.3%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CEO 절반 “손익분기점 환율 1000~1100원”
한편 국내 최고경영자(CEO)의 절반이 회사의 손익분기점으로 생각하는 환율을 1000~1100원으로 꼽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5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55.2%가 회사의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환율을 1000~1100원이라고 답했다. 1000원 이하라고 답한 응답자는 24.3%, 1100원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0.5%였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수출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엔·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그에 따라 원·엔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할 것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우리 기업은 향후 저환율 시대가 본격적으로 올 것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