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어느 나라가 세계 경제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도 중국이라는 대답이 41%로 미국(40%)을 앞섰다. 불과 10년전인 지난 2000년만해도 똑같은 질문에 응답자의 65%가 미국이 유일 슈퍼파워를 고수할 것이라고 답했음을 감안하면 중국의 잠재적 위상에 어떤 변화가 일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2009년 중국의 세계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율은 50%를 넘어섰다. 중국은 또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으로 2011년 6월기준 기준 총 보유외환 규모가 3조2000억달러에 달했다. 증시가 처음 개설된 지난 1991년만해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선전과 상하이 증시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뉴욕 증시 만큼이나 중요한 경제 지표로 떠올랐다.
비록 이처럼 중국이 지구촌 슈퍼파워 경제강국으로 급부상 하고 있지만 사회 체제적으로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계층및 지역간 빈부차 등 사회 불평등 문제, 시장경제를 추구하면서 와해된 사회 안전망,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후커우(戶口)제도, 정치 자유화및 민주화 요구.
바로 이런 요인들 때문에 강대한 이미지의 중국은 가끔 아주 허약하고 불안스럽고 위험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일부 인사들이 중국을‘종이 호랑이’에 비유하거나 중국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예측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고도 성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민들은 성장의 과실을 향유하는 대열에서 배제되고 있다. 중국 사회는 상위 20%의 부자가 전체 사회재산의 80%를 소유하는 80대 20사회의 전형적인 불균형 구조를 띠고 있다.
사회 하부 구조를 구성하는 10%의 소외계층은 전체 사회재산의 1%도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 소득불균형 정도의 지표인 지니계수는 이미 위험수위인 0.5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빈부 양극화와 불평등 구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현상들이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은 선부론(先富論)을 내세워 여건이 갖춰진 지역(계층)으로 하여금 먼저 부자가 되도록 했다. 최근 중국은 불균형 성장의 부작용을 시정하기 위해 함께 부자가 되자는 의미의 공부론(共富論)을 펼치고 나섰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에다 동반 성장의 기회를 놓치고 뒤쳐진 소외지역 및 계층이 부자가 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경제 도입과 사유재산을 인정한 역사가 일천하지만 중국은 부자가 많은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사치품 시장 규모는 일본 다음으로 크고 도시 마다 개인부자가 넘쳐난다. 세계 사치품 협회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중국 사치품 소비 시장규모는 총 94억달러로 전세계 사치품 시장의 27.5%를 점유했다.
중국 자오상(招商)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재산 1000만위안(20억원)이 넘는 천만장자(千万富翁) 부호는 전국에 걸쳐 30만명에 달했다. 이들 30만명의 천만장자 부호들의 총자산은 8조8000억위안(약 1800조원)으로 2008년 중국 GDP 총액 30조위안의 약 29%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은 중국사회의 1%도 안되는 ‘신귀족’층일뿐이다. 농민공을 비롯한 다수 인민들은 성장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후커우없는 도시의 농민공들은 불법 이민자와 다를 바 없는 신세로 이 도시 저 도시를 전전하며 살아간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지에서 후커우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미국에 건너가 영주권없이 불안한 삶을 영위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후커우가 없으면 의료, 자녀, 교육 주택 정책에서 철저히 소외된다.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혜택을 거의 누릴 수 없다.
심지어 똑 같은 직장을 다니다 산재 사고를 당했을 경우에도 사망 보상금(호프만식)을 산정할 때 베이징 후커우냐 산시(陝西)성 후커우냐에 따라 금액에 천지 차이가 생긴다. 또한 각각 베이징과 지방 후커우를 가진 두 학생이 베이징대 입학시험을 볼 때도 지방 학생에게 더 높은 커트라인이 요구된다. 대학당국이 지방 학생들에 대해 입학 정원 할당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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