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우리 기자)“처음에는 방향 계획 사무실 자금, 그야말로 ‘사무(四無)’ 상태였죠."
베이징아오치웨이IT회사(北京奧琦瑋信息科技有限公司)의 쿵링보(孔令博) 회장의 창업 의욕은 다소 무모해 보였다. 창업을 꿈꾸는 대다수 학생들이 그렇듯 ‘열정’외에는 가진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한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이지만 쿵링보는 그 반대였다.
2004년 베이징대학에서 소프트웨어프로그램 석사과정을 마친 뒤 베이징대학 소프트웨어학원 당위원회위원, 소프트웨어발전전략연구실 비서 등을 겸직하면서 비교적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았으나 그는 과감히 창업의 길로 나선다.
2006년, 쿵링보는 대학 동기 3명과 8000위안씩 각출, 사업을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고 베이징아오치웨이IT회사를 차린다.
쿵링보는 그러나 간판을 내건지 1년이 지나도록 고정 아이템을 찾지 못하고 발광티셔츠 디지털액자 디지털알람시계 기술 개발 등 단기프로젝트로 간신히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
어느날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쿵링보의 머릿 속에 불현듯 기가막힌 사업 영감이 떠올랐다.
바로 ‘전자메뉴판’이었다.
중국에서는 음식 주문과정이 꽤 복잡하다. 수많은 메뉴 중에서 음식을 고르고 주문하고 이를 확인하고 계산까지 하다보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일쑤였다.
쿵링보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화면을 보고 클릭하면서 직원의 설명 없이도 식자재, 요리방법, 가격 등을 한번에 확인하고 주문 상황까지 직접 체크할 수 있는 전자메뉴판 개발을 결심한다.
쿵링보와 그의 파트너들은 우선 베이징 내 수백개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식당 주인의 반응을 살폈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은 쿵링보는 곧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전자메뉴판 개발에 올인한다.
"모든 시스템은 3부분으로 구성됩니다. 테이블마다 단말기를 배치하고, 고객은 이 단말기의 터치스크린을 통해 모든 메뉴 및 재료, 가격 영양성분까지 확인합니다. 터치로 메뉴를 결정하면 내부 무선인터넷을 통해 카운터서버와 주방까지 내용이 전달되는 것이죠. 인력과 시간 절약이 장점입니다." 전자메뉴판에 대한 쿵링보의 설명이다.
여기에 신(新)메뉴를 즉각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식자재 재고 현황까지 체크하는 기능이 포함된 전자메뉴판이 마침내 그의 손에서 탄생하게 된다.
물론 권당 제작비용이 300~500위안 수준인 일반 종이 메뉴판에 비해 전자메뉴판 시장가는 2300위안으로 고가이지만 종이 메뉴판 한권 수정을 위해 1년에 최소 1000위안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뒤질게 없다.
식당 주인들의 니즈를 100% 충족시킨 기술로 그의 전자메뉴판은 점점 점유율을 넓혀갔고 3년만에 쿵링보는 요식업계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부상했다.
중국 내 전자메뉴판 생산 기업은 2008년 당시 아오치웨이 하나였으나 최근 13개 기업으로 늘어났다.
"많은 경쟁자가 생겼다는 것은 우리의 방향 설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죠. 정보화 기술의 이익이 고객과 사업주들에게 돌아가도록하는 것이 우리의 지향점입니다"라고 쿵링보는 말한다.
쿵링보는 2010년 기준 자산 7000만위안(한화 약 114억원)으로 중국대학 창업부호 22위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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