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강등이란
미국이 발행하는 국채에 대한 투자 리스크가 커졌다는 의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5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떨어뜨리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S&P는 재정지출 감소폭이 기대에 못 미치면 2년 내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AA'로 더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다른 대형 신평사인 무디스와 피치는 지난 2일 부채협상안이 입법화되자 미국의 '트리플A' 등급 유지 방침을 확인했지만, 아직 세부안이 마련되지 않은 재정감축안이 입법화되지 않거나 경제여건이 악화되면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용등급 강등 배경은
S&P는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서 난항을 거듭했던 미국 정치권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당장 재정적자를 대폭 줄여야 하지만, 정치권의 공방이 의미 있는 수준의 재정적자 감축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S&P는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S&P를 비롯한 신평사들은 미국의 재정감축 규모가 향후 10년간 4조 달러는 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부채한도 증액법안에서는 절반 수준인 2조1000억 달러만 줄이기로 했다.
◇美 국채는 이제 안전자산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미국의 지불능력은 여전히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P의 'AA+' 등급 정의는 "지불 의무를 매우 충분히(very strong)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AAA'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AA' 등급을 받고 있는 나라는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를 비롯해 15개국뿐이다.
미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지난주 대규모 투매로 뉴욕증시가 폭락했지만, 미 국채는 랠리를 펼쳤다. 10년 만기 미 국채의 경우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지난주 2.34%로 10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미 국채를 안전자산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으로 미 국채 수익률이 오른다. 미 국채의 투자 리스크가 커지는 데 따른 보상이 늘어나는 셈이다. 미국의 장기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이와 연동된 회사채 수익률은 물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비롯한 시중금리가 따라 오를 수 있다. 이는 전반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개인과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면 소비와 투자, 고용 등 다른 경제 활동은 위축될 수 있다. 미국 증권금융산업시장협회(SIFMA)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 국채 수익률은 0.7%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써 늘어나는 자금 조달 비용은 1000억 달러로 추산됐다.
◇美 국채 수요의 이탈 가능성은
미 국채 수요가 트리플A 등급 국가로 이동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캐나다가 미국보다 투자하기 더 낫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 채권시장 규모가 워낙 크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이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다. SIFMA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미 채권시장 규모는 35조 달러에 달해 다른 곳에는 이에 필적할 만한 곳은 없다.
◇추가 강등 가능성은
있다. S&P는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향후 12~18개월 후 재정감축 상황을 감안해 추가 등급 강등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무디스와 피치는 최근 미국의 트리플A 등급 유지 방침을 확인했지만 미국의 재정감축 폭을 주시하며 등급 강등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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